유효기간 2~5일 '소멸성 DVD' 인기…시장 살릴까

포장 뜯은 후 시청일수 제한
영화 2500원…반납 안 해도 돼
GS25 등 석달 만에 15억원 판매

DVD자판기 전국에 확대…올해 매출 100억원 예상
포장지를 뜯은 후 2~5일 동안만 시청할 수 있는 소멸성 DVD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고사 위기에 처했던 국내 DVD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플렉스플레이코리아(대표 서대경)는 전국 DVD대여점과 편의점 'GS25'의 1500개 점포에 소멸성 DVD인 'DVD POP'의 30여개 타이틀을 선보인 지 석 달 만에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요 작품은 한국영화 '식객2''비밀애''베스트셀러''친정엄마',외화 '클로이''킥애스''대병소장''이웃집남자''사랑은 언제나 진행 중' 등이다. 인기 방송 프로그램 '남녀탐구생활'과 공연 실황 '빅뱅의 빅쇼'도 포함돼 있다. 편당 생산량은 1만장에서 10만장 수준이며 가격은 영화 2500원,공연 실황 3900원이다. DVD POP은 2008년 미국과 캐나다에 처음 등장했으며 한국은 세 번째다. 서대경 플렉스플레이코리아 대표는 "내달 말부터 자동판매기를 CGV,롯데 등 주요 멀티플렉스와 대형마트 등에 선보일 계획"이라며 "자판기가 전국에 보급되면 연말까지 100억원 규모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화 판권 보유업체들도 처음에는 DVD POP으로 출시하기를 꺼렸지만 이제는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소멸형 DVD가 부가판권 시장을 바꾸기 시작했다"며 "사용하기 편리한 데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VD POP'은 친환경 소재의 특수화학 물질로 포장해 소비자가 진공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2~5일 후 영화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일반인들이 DVD를 대여할 때 필요한 회원 가입과 타이틀 반납,연체료 부담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500원이란 가격은 거리에서 4장짜리 패키지를 1만원에 판매하는 불법 DVD와 같다. IPTV나 디지털케이블TV,합법 인터넷사이트 등에서 영화를 보려면 월 1만~2만원의 가입비 외에 편당 1000~3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반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는다. 대여점까지 반납하러 가는 것이 귀찮아 빌려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플렉스플레이코리아 측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자판기를 설치해 DVD를 담배나 음료수,커피처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또 'DVD POP'자판기를 청년 고용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이다. 청년 실업자들이 원하는 지역에서 자판기를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해 수익을 올리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에서는 '레드박스'나 '익스프레스'라는 브랜드의 DVD 자판기가 보급되고 있지만 국내 소멸성 DVD 자판기의 파급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DVD 시장이 거의 소멸돼 저항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부가 판권 시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에 크게 못 미친다. OECD 국가의 부가 판권 시장은 극장 시장의 2배에 육박하며 전체 영화 시장의 60~70%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부가 판권 시장이 전체의 10~20%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방송 판권 비중이 대부분이다.

한때 2만개를 넘었던 DVD대여점도 1800여개로 감소했다. 반면 DVD플레이어는 신혼 부부의 필수품으로 국내 450만가구에 보급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 소멸성 DVD

진공 포장을 벗기면 48~120시간 이후 내용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특수 DVD.해당 시간 안에는 언제든지 반복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포장을 열지 않으면 1년간 보관할 수 있다. 가격이 기존 DVD 대여료 수준인 2500원으로 저렴한 데다 반납하는 번거로움이나 연체료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