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읽는 경제] 원자재 CRB지수 내리니 물가 하락? 농산물이 복병

CRB 식품지수 급등…애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정부와 한국은행이 향후 물가 상승 가능성과 관련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층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주요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 중 대표적인 것은 미국의 시장조사 회사인 CRB(Commodity Research Beareau)가 매일 발표하는 CRB지수다. 이 지수는 19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가중치에 따라 평균한 것으로 품목별 가중치는 옥수수 쇠고기 등 농축산물이 41%,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가 39%,구리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이 20%다. CRB지수 상승은 물가 상승을 예견하는 것이라고 해서 '인플레이션지수'라고도 불리며 각종 원자재펀드의 기준지표로 활용된다. CRB지수는 1967년 가격을 기준선(100)으로 놓고 계산하는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근접했던 2008년 7월 기록한 473.52가 역대 최고치다. 그 뒤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하락,지난해 3월 200.34까지 떨어졌다가 세계 경제 회복세와 함께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서는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다시 하락, 지난 20일 267.01로 지난달 말보다 7.34포인트(2.7%) 떨어졌다.

그러나 농축산물 가격만 따로 떼어내 산출하는 CRB 식품(CRB foodstuff)지수는 최근 급등,농산물 가격 상승에서 촉발된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20일 CRB 식품지수는 387.53으로 지난달 말보다 10.81포인트(2.9%) 상승했다. CRB에 반영되는 항목 중 에너지와 비철금속 가격은 경기둔화 우려 속에 하락하고 있는 반면 농산물 가격은 러시아의 밀 수출 중단과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제한 조치로 상승하고 있다.

CRB지수 외에 원자재 가격 지수로는 상품 투자의 대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이름을 딴 로저스인터내셔널상품지수(RICI)와 S&P와 골드만삭스가 만드는 S&P-골드만삭스 상품지수(S&P-GSCI) 등이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