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경제 '트라이펙터'…9월 증시붕괴설 서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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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경제에 나타난 '트라이펙터(trifecta)' 현상을 놓고 월가에서는 향후 증시 전망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특정국 경제에서 트라이펙터 현상은 경기 선행과 동행 · 후행지표가 동시에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난 7월 경기선행지수가 0.1%로 증가세로 나왔으나 예상치 0.2%를 밑돌았다. 동행지표인 필라델피아제조업지수가 -7.7로 하락했고,후행지표의 하나인 주간 실업청구건수도 50만건이 증가,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였다. 미국 경제는 작년 2분기를 저점으로 당초 기대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상됐으나 오히려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7월에는 미약하나마 상승세로 돌아섰으나 그 이전까지 하락세가 지속됐고,고용지표는 회복세를 확실하게 뒷받쳐 주지 못했다.
경기 회복의 전형적 경로인 선행과 동행 · 후행지표 간 앞말이 뒷말을 끌어주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나타나지 않는 일종의 미스매치 기간이라 볼 수 있다. 이때 경제지표가 조금만 좋게 나오면 낙관론이,조금만 안 좋게 나오면 비관론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증시도 변동성 장세가 지속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라이펙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이번에는 동행지표마저 악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바로 '더블 딥'과 같은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낙관론이 위기(crisis of optimism)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더 문제인 것은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난다"고 이미 오래전에 지적했다. 트라이펙터 현상이 나타나자마자 월가에서 '힌덴부르크 오멘'과 같은 시장 붕괴 이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학자 짐 미에카라가 기술적 지표로 폭락장을 예측하는 방법을 토대로 최근 미 증시가 폭락에 필요한 다섯 가지 기준이 충족되고 있는 점을 감안,내달에는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섯 가지 기준이란 △하루 52주 고점과 저점을 찍은 종목이 각각 당일 거래종목의 2.5%를 넘을 때 △52주 고점과 저점 종목 가운데 적은 쪽이 79개 종목 이상일 때 △뉴욕거래소의 10주 이동평균선 상승 △시장변동성을 측정하는 기술적 지표인 '맥컬렌 오실레이터'가 마이너스(-)일 때 △52주 고점 종목의 수가 52주 저점 종목 수의 두 배를 넘어서지 않을 때다.
트라이펙터와 9월 증시 붕괴설 같은 비관론은 경기나 증시에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기에선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 속에 해결되지 않고 넘어갔던 위기를 낳게 한 문제를 다시 해결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 측면에서도 예상보다 빠른 출구전략 추진 과정에서 금리 인상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할 오바마 정부가 특히 그렇다. '금융위기'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오바마 정부가 중간선거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야 가능하다. 가뜩이나 지지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간선거 결과는 불 보듯 뻔하고,집권 후반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위기감을 느낀 오바마 정부는 2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내적으로 전체 규모는 동결하되 경기부양과 구조개편 효과가 큰 쪽에 재원을 몰아주는 '페이-고(pay-go)' 원칙을 추진한 지 오래됐다. 대외적으로는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진흥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달러 약세를 은밀하게 유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돼 이들 국가와의 환율전쟁 조짐까지 일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소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포기하고 양적완화 정책으로 환원했다. 이 결정에 따라 만기된 주택담보부증권(MBS) 상환자금을 이용,미 국채를 대거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다시 공급되고 있다. 트라이펙터 현상이 발생하자 월가에서는 내달 증시 붕괴설에 대한 우려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지만 종전과 달리 시장 참여자들은 의외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과거 비관론이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고,오바마 정부와 FRB의 신속한 선제적 대응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그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해된다.
미첼은 "낙관론 뒤에 곧바로 태어나는 비관론은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낙관론에 흥분한 사람들은 또 다른 흥분 상태로 비관론에 쉽게 빠져들지만 대부분 오류(error of pessimism)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고 경고했다. 이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특정국 경제에서 트라이펙터 현상은 경기 선행과 동행 · 후행지표가 동시에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난 7월 경기선행지수가 0.1%로 증가세로 나왔으나 예상치 0.2%를 밑돌았다. 동행지표인 필라델피아제조업지수가 -7.7로 하락했고,후행지표의 하나인 주간 실업청구건수도 50만건이 증가,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였다. 미국 경제는 작년 2분기를 저점으로 당초 기대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상됐으나 오히려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7월에는 미약하나마 상승세로 돌아섰으나 그 이전까지 하락세가 지속됐고,고용지표는 회복세를 확실하게 뒷받쳐 주지 못했다.
경기 회복의 전형적 경로인 선행과 동행 · 후행지표 간 앞말이 뒷말을 끌어주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나타나지 않는 일종의 미스매치 기간이라 볼 수 있다. 이때 경제지표가 조금만 좋게 나오면 낙관론이,조금만 안 좋게 나오면 비관론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증시도 변동성 장세가 지속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라이펙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이번에는 동행지표마저 악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바로 '더블 딥'과 같은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낙관론이 위기(crisis of optimism)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더 문제인 것은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난다"고 이미 오래전에 지적했다. 트라이펙터 현상이 나타나자마자 월가에서 '힌덴부르크 오멘'과 같은 시장 붕괴 이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학자 짐 미에카라가 기술적 지표로 폭락장을 예측하는 방법을 토대로 최근 미 증시가 폭락에 필요한 다섯 가지 기준이 충족되고 있는 점을 감안,내달에는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섯 가지 기준이란 △하루 52주 고점과 저점을 찍은 종목이 각각 당일 거래종목의 2.5%를 넘을 때 △52주 고점과 저점 종목 가운데 적은 쪽이 79개 종목 이상일 때 △뉴욕거래소의 10주 이동평균선 상승 △시장변동성을 측정하는 기술적 지표인 '맥컬렌 오실레이터'가 마이너스(-)일 때 △52주 고점 종목의 수가 52주 저점 종목 수의 두 배를 넘어서지 않을 때다.
트라이펙터와 9월 증시 붕괴설 같은 비관론은 경기나 증시에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기에선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 속에 해결되지 않고 넘어갔던 위기를 낳게 한 문제를 다시 해결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 측면에서도 예상보다 빠른 출구전략 추진 과정에서 금리 인상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할 오바마 정부가 특히 그렇다. '금융위기'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오바마 정부가 중간선거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야 가능하다. 가뜩이나 지지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간선거 결과는 불 보듯 뻔하고,집권 후반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이런 위기감을 느낀 오바마 정부는 2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내적으로 전체 규모는 동결하되 경기부양과 구조개편 효과가 큰 쪽에 재원을 몰아주는 '페이-고(pay-go)' 원칙을 추진한 지 오래됐다. 대외적으로는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진흥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달러 약세를 은밀하게 유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돼 이들 국가와의 환율전쟁 조짐까지 일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소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포기하고 양적완화 정책으로 환원했다. 이 결정에 따라 만기된 주택담보부증권(MBS) 상환자금을 이용,미 국채를 대거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다시 공급되고 있다. 트라이펙터 현상이 발생하자 월가에서는 내달 증시 붕괴설에 대한 우려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지만 종전과 달리 시장 참여자들은 의외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과거 비관론이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고,오바마 정부와 FRB의 신속한 선제적 대응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그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해된다.
미첼은 "낙관론 뒤에 곧바로 태어나는 비관론은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낙관론에 흥분한 사람들은 또 다른 흥분 상태로 비관론에 쉽게 빠져들지만 대부분 오류(error of pessimism)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고 경고했다. 이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