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로 몰려드는 중국인ㆍ자본…日서 탈출하는 일본 벤처

중국인 日 비자발급 한달새 8배…'中이 대주주' 日 기업 1년새 3배
日 벤처는 해외상장으로 '외도'
일본 정부가 중국인에 대한 관광비자 요건을 완화한 지난 7월 한 달간 중국인 비자 발급이 평소보다 8배 정도 늘었다. 일본의 주요 기업 가운데 중국계 펀드가 10위 이내 대주주인 곳도 34개사로 1년 새 3배로 증가했다.

이처럼 중국의 사람과 자본이 일본으로 몰려가는 반면,일본의 벤처 기업들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등 '탈(脫) 일본 러시'를 이루고 있다. ◆비자발급 완화하니 중국 관광객 급증

일본 외무성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은 807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배 급증했다. 일본은 연간 소득 315만엔(약 4400만원) 이상으로 제한했던 중국인 관광비자 발급 요건을 지난달부터 크게 완화해 관공서나 대기업의 과장급 이상,연소득 수만엔 이상,신용카드 골드카드 보유자 등에 대해 관광비자를 발급해 주기 시작했다.

일본 관광청은 비자발급 요건 완화에 힘입어 중국인 입국자가 작년 101만명에서 올해 18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 소비부진과 디플레이션(경기침체로 인한 물가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에 '단비'가 될 것으로 일본은 기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의 1인당 평균 구매액은 7만8000엔으로 미국인(2만7000엔) 프랑스인(4만7000엔)을 크게 웃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이들이 일본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는 2008년 1200억엔에서 2012년엔 4300억엔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일본 백화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상대 매출은 작년 동월 대비 51.9% 급증했고,백화점을 찾은 외국인 가운데 중국 관광객이 가장 많았다.

◆중국 자본도 일본으로 밀려 들어

아사히신문이 2009년도 상장사의 유가증권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일본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계 2개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총액은 5300억엔(약 7조4000억원)에 달했다. 또 상장사 가운데 중국계 펀드가 10위 이내 대주주인 기업은 34개사로 전년도의 11개사에 비해 3배 이상 불어났다. 중국계 펀드는 2007년부터 도쿄증시 1부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아직까지 중국계 펀드는 경영권에 직접 간섭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주요 기업의 지분율이 계속 높아지자 일본 재계는 불안해하고 있다. 중국계 펀드가 1% 이상 대주주인 곳은 전자업체인 NEC(1.82%)와 소니(1.22%) 미즈호파이낸셜그룹(1.04%) 노무라홀딩스(1.29%) 히타치제작소(1.65%) 미쓰비시중공업(1.15%) 등 총 13개사다.

반면 일본 벤처기업들은 일본을 빠져 나가고 있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증시에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10개사가 넘는다. 이들 기업은 해외 상장을 계기로 현지 사업도 크게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력 기업의 해외 상장이 이어질 경우 일본 증시의 공동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특히 한국의 코스닥에는 식품관련 업체인 푸드디스커버리가 올 10월,사무자동화기기 판매업체인 오피스24가 11월 상장 신청을 할 예정이다. 또 피자 체인업체 한 곳도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현재 한국 증시에 상장된 일본 기업은 지난해 4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정보기술(IT)기업인 네프로아이티 한 곳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