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중 18년…경제 못따라가는 정치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18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에선 18살이면 주민등록증이 교부되는 등 사실상 성인으로 인정된다. 지난 18년 사이에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하는 등 한 · 중 관계도 18살의 나이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처음 수교했을 때 양국 간 교류가 거의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오늘날의 한 · 중 관계는 격세지감이라는 말에 다 담기도 힘들다.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뭔가 불균형한 모습이 느껴진다. 경제적인 교류에선 성인티가 날 만큼 성숙해졌다. 특히 교류 초기 한국기업이 투자하고,중국의 저임금에 힘입어 저가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던 단순한 경제협력의 등식은 사라지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이제 중국을 수출기지가 아닌 시장으로 보고 내수시장 개척에 올인 중이다. 중국에서도 물론 변화가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이 한국 국채를 눈에 띄게 사들이는 등 축적된 자본으로 대한(對韓) 투자를 본격화할 조짐이 보인다. "양국의 경제협력 체제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박근태 CJ중국법인 대표)는 말이 의미있게 들린다. 하지만 정치부분은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없다. 겉으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는,다소 거창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사고 발생과 그후 한 · 미 간 군사훈련을 둘러싼 소동을 들여다보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양국이 서로의 이해충돌을 해결할 능력도,의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와 경제를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중국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천안함 사건 이후 한 · 중 관계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국을 무력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응답이 94%를 차지했다. 중국의 혐한 감정이 이처럼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기업들이 대륙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한 · 중 수교 18년이 된 지금,한국정부는 이제부터라도 한 · 중 관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수교 당시인 1992년의 빈곤하고 힘없는 중국을 상정한 외교전략은 진작 폐기됐어야 옳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