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지금 미국은 논쟁 과잉

미국은 논쟁 중이다. 경기 논쟁은 추가 부양책 논쟁으로 흐르고 통화당국의 양적완화 정책의 한계론까지 나왔다. 이제는 재정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방재정적자를 둘러싼 논란 탓에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재정 역할론이 부각되는 데도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놓고 논쟁하는 모습이다. 부유층에 대한 증세 논란도 그런 취지에서 나왔다. 시장에서는 미 국채 버블 논란이 한창이지만 돈은 계속 국채시장에 몰리고 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핵심 아젠다였던 의료보험 개혁이 마무리됐지만 그 여파를 두고도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활발한 논쟁은 건강한 사회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는 주장과 의견이 너무 많으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는커녕 자칫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문제해결 없이 구성원 간 갈등만 증폭시키고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회를 곤란에 빠트리는 것은 무지 탓이 아니라 사실이 아닌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논쟁 과잉 사회는 사실과 거리가 있는 주장에 근거해 누구든지 마녀화(demonize)하려는 경향을 띤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그릇된 환상을 일으켜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라운드제로 인근에 모스크 건립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뒤,퓨 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 신자라고 믿는 미국인들이 18%에 달했다.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11%였다. 모스크 건립 논쟁이 국민들로 하여금 환상을 갖게 한 것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유일무이한 미국의 헤게모니가 퇴조하고 있고 금융위기로 미국인들은 언제까지 남의 돈으로 소비를 즐길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염증을 느끼는 미국인들도 늘고 있다. 오만이 가져온 재앙이라는 자책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물론 집권 20개월째를 맞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 실패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이 직면한 문제는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풀었던 고르디안의 매듭(Gordian knot)보다 훨씬 단단하고 구조적인 것들이다.

상황이 어려워도 길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펴면 된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기를 원하면 그들의 근심을 들어주면 된다. 수출의 중요성만 역설할 게 아니라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사람을 뽑도록 친성장 정책을 써야 한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적자 확대를 무릅쓰고라도 의회를 설득해 재정을 풀겠다고 나와야 한다.

우리도 4대강 개발,행정수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국론이 갈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측면이 있다. 그나마 세계 성장 엔진인 중국을 옆에 두고 있는 덕분에 위기 회복 속도가 빨랐지만 아직 마음놓을 때가 아니다. 친서민 · 친중소기업 정책은 언제나 어느 국가에서나 필요한 정책이다. 다만 방법이 문제다. 최고의 중소기업 정책은 친성장 정책이고 대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대기업을 마녀로 내몰 게 아니라 기를 살려줘야 할 때다.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처럼 불확실성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도 좀 더 긴장해야 한다.

뉴욕=이익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