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배제한 자산관리社 신설…용산개발 '새판' 짜나
입력
수정
코레일 '초강수 해법' 제시코레일이 23일 삼성물산이 손떼는 것을 조건으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랜드마크 빌딩(100층 규모 · 연면적 36만㎡)을 4조5000억원에 매입키로 하는 등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무산위기에 처했던 '용산개발'이 새로운 판짜기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삼성물산 제외를 조건으로 이날 파격적 자금조달을 결정한 코레일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그동안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삼성물산 모두 사업지연에 따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랜드마크 先매입 4.5조 공급…9500억 지급보증 공모로 해결
삼성 등 건설사 공식입장 유보
◆코레일,사업 주도권 되찾나이날 드림허브 이사회를 통과한 안건의 주요 내용은 삼성물산이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위탁을 받아 인허가,건설,분양 등 실무를 담당하는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에서 손을 뗄 것과 손떼지 않을 경우 새로운 AMC를 세워 삼성물산의 영향력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오는 31일까지 용산역세권개발 지분을 양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되 삼성물산이 거부하면 내달 8일 주주총회에서 'AMC 계약 해지를 위한 결의 요건 변경'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자산관리사 간판을 내리고 코레일 주도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코레일과 드림허브에 출자한 금융사 등 재무적 · 전략적 투자자의 지분이 72.1%여서 주총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토지대금 63%의 납부기간을 분양 이후로 연기해준 코레일이 최근 삼성물산 배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건설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내달 17일 금융권 이자 128억원을 갚지 못해 드림허브가 부도나면 용산개발 자체가 수렁에 빠지는 만큼 신규 투자자를 모아 새판을 짜겠다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롯데관광개발 등 드림허브 3개 출자사가 지난달 21일 제시한 자금조달 중재안은 삼성물산 배제를 결정한 직접적 요인으로 꼽힌다. 중재안 대부분을 수용한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사업 불확실성과 일방적 부담 등을 이유로 지급보증을 거부하자 사업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자금 651억원 지원
코레일은 자금조달 방안의 최대 난관이었던 9500억원의 건설투자자 지급보증을 신규 투자자 공모로 해결키로 했다. 기존 17개 건설투자자에게는 총 공사물량(9조원)의 20%(1조8000억원)를 나눠준 뒤 나머지 80%(7조2000억원)는 기존 건설투자자와 새 건설사 투자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되 지급 보증액수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이다. 건설사가 1000억원을 지급보증하면 7600억원어치 시공권을 확보할 수 있다. 코레일은 용산개발 참여를 추진했던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을 대상으로 참여 여부를 타진 중이다.
코레일은 용산역세권개발 구조개편안이 이사회를 통과함에 따라 드림허브에 자금지원과 건립예정 빌딩 선매입 등을 통해 사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코레일은 채권을 발행해 9월과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이자 256억원과 설계비용 등 총 651억원을 충당키로 했다. 또 투자자들을 모집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지어질 랜드마크빌딩 매입 규모를 기존 1조4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흥성 코레일 대변인은 "채권 발행과 빌딩 매입 규모를 늘린 만큼 건설투자자들도 지급보증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변수
용산역세권개발을 대체하는 새로운 자산관리회사가 세워지면 삼성물산은 드림허브 지분 6.4%를 가진 소액주주가 된다. 이에 따라 개발사업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제외되지만 철도시설이전공사와 토양오염정화사업 등 이미 수주한 4000억원 규모의 공사와 17개 건설투자자 지분으로 배정되는 5400억원의 시공권은 유지한다. 삼성물산은 드림허브 이사회 의결과 관련,"지금까지 가장 합리적인 자금조달안을 드림허브 이사회를 통해 제시해왔으며 여러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사업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드림허브 이사회 결정이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만큼 이를 따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물산 등 출자사 일부에는 삼성물산 배제 결정 이후 대규모 자금지원 계획을 내놓은 코레일에 대해 적지 않은 반발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됐다.
자산관리회사 경영권이 바뀌고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코레일의 선투자 등이 이뤄지면 용산개발 사업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로 분양 등이 쉽지 않아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물산 등 건설투자자들이 거부해온 지급보증을 다른 건설사들이 흔쾌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PB팀장은 "건설사의 지급보증 거부가 불확실한 부동산 시장에서 비롯된 만큼 코레일 주도로 사업추진이 빨라지고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사업 성공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태철/이승우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