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 "체질 개선이 먼저다…국내보다 개도국 은행 인수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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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관리에 중점
충당금 3분기도 충분히…
0.9배 불과한 PBR, 1.4배까지 올릴 것
2600만명 고객이 힘, 재도약 확신한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달변이다. 해박한 지식도 갖췄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나름대로의 논리에 빠져들곤 한다. 금융산업에 대한 통찰력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교수 출신답다.
그런 어 회장은 취임 초기 신한금융지주를 자주 언급했다. 포트폴리오나 리스크관리면에서 본받을 만하다는 점에서다. 그러면서도 "KB금융은 너무 과대포장됐다"고 깎아 내리곤 했다. 허우대만 멀쩡하다는 투였다. 하지만 막상 KB금융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로 넘어가자 그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적회복은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국민은행의 핵심 자산은 1200여개의 지점과 2600만명의 고객들입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하루아침에 구축할 수 없는 것이죠.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넓은 영업기반 아닙니까"라고 말할 때는 특히 그랬다.
그래서일까. 그의 자신감은 상당했다. "비록 지금 실적은 좋지 않지만 3년 후에는 국내 최고의 수익성을 가진 금융회사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는 확신이 배어 있었다. 가야 할 길도 분명히 그리고 있었다. 당장은 "기업금융분야를 중심으로 영업력을 강화하되 KB금융 내에서 비은행 부문의 비중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그 이후엔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은행을 인수해 글로벌 금융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었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요. KB금융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십니까. "국제신용평가사들은 KB금융에 국내 민간 금융회사 중 가장 높은 등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고객기반이 넓다는 장점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지요. K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경우 지금은 다른 은행에 비해 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지점과 고객을 갖고 있다는 점은 변함없습니다. 그만큼 잠재 경쟁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거죠.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가장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KB금융은 2분기에만 3350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죠.그중 가장 큰 문제는 대출을 해준 뒤 부실이 발생해도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대출을 결정한 사람들이 끝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자산을 늘리고 공격적 영업을 하는 게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만 키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에 많은 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2분기에 1조5000억원가량의 충당금을 적립했는데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습니까.
"3분기에도 충당금을 가능한 한 많이 쌓을 계획입니다.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잔액이 8조원 정도 됩니다. 외부 회계법인에 위탁해 연말까지 PF사업장에 대한 실사를 할 것입니다. 의심가는 대출에 대해선 충당금을 적립할 계획입니다. 이와 더불어 부실이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상당히 많은데요. "역대 국민은행과 KB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1.8배 사이에서 형성됐습니다. 지금은 0.9배 정도에 불과합니다. 최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개인적으론 3년 동안 회장으로 일하며 PBR을 1.4배까지 끌어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3~4개월 이내에 회사가 좋아지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되면 자사주도 매입할 예정입니다. "
▼현재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KB금융이 최근 몇 년간 좋지 않은 실적을 냈습니다. 당연히 주가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금융산업 전체가 경제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것이 원인이라고 봅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 봤듯이 경기변동에 따라 수익이 급변합니다. 오래 전부터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이었기 때문에 경영의 질도 떨어지고요. 국내 금융회사들의 PBR이 선진국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이유죠.개인적으로 국내 금융회사 규모도 한국 경제나 기업 규모에 비해 크지 않아 충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외환은행도 대주주인 론스타가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여전히 이들 금융회사를 인수 · 합병(M&A)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내부적으로 체질 개선을 이루는 게 급선무입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우리 몸을 가누기도 힘든데 다른 은행을 인수한다는 것은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것입니다. 국제적 시각으로 봤을 때도 굳이 국내 은행을 합병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들의 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고려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인도 등은 금융규제가 심하거나 이미 서구 은행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직 미개척지인 국가들로 진출해 금융산업 경쟁력을 키우는게 낫다고 봅니다. "
▼국민은행을 제외한 8개 계열사의 규모나 수익 비중이 너무 작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급하게 M&A를 해서 비은행 계열사를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우선은 자생적 성장에 힘쓸 계획입니다. KB투자증권은 지점이 적습니다. 지점을 늘리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KB생명보험은 잘하고 있지만 워낙 사이즈가 작은 게 흠입니다. 자생적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내년 상반기에 KB카드를 출범시킬 예정인데요. "카드업은 고객의 새로운 요구에 바로 부응할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매력적입니다. 문제는 국민은행 수익 중 상당부문이 카드 쪽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카드를 분사하면 첫해부터 은행 수익에 큰 타격을 줄 것입니다. 은행 직원들이 분발해 카드 부문이 없더라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는 과당 경쟁을 자제할 것입니다. 2003년 '카드사태'의 교훈이 있는 만큼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위주의 경영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