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도매가격 다시 하락…5년 만에 최저

20㎏ 上品 일주일새 1.5%↓
공급 초과 속 '풍년' 소식 더해져
내달 수확기를 앞두고 쌀 값이 또다시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20만t의 쌀을 시장에서 거둬들이면서 하락세가 멈췄던 쌀 도매가격이 올해 3년째 풍년이 예상된다는 소식에 다시 하락하는 모습이다. 2005년 추곡수매제도가 폐지된 이후 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80㎏당 13만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은 산지 가격도 조만간 12만원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쌀 도매상들은 전망했다.

◆추곡수매 폐지 이후 최저가24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부산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쌀 상품(上品) 20㎏짜리 한 포대 도매가격은 3만2100원으로 한 주 전(3만2600원)에 비해 1.5% 내렸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12.8% 하락한 것이다.

쌀 도매가격은 정부에서 쌀 수급 안정을 위해 20만t 물량을 시장에서 사들인 뒤 3개월 가까이 3만2600원 선에서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쌀 수확량이 평년보다 5만t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주 중반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산지 가격도 잇따라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80㎏ 한 가마 산지 출하가격은 전국 평균 13만2460원으로 2005년 추곡수매제도 폐지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 5월 중순 가격(13만2856원)을 갈아치웠다. ◆3년째 풍년이 오히려 악재

올해 쌀 생산량은 최대 481만7000t에 이를 것으로 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지난해 수확량보다는 2% 적은 것이지만 최근 5년간 평년작과 비교하면 5만3000여t이나 많은 것이다. 사실상 3년 연속 풍년이다.

쌀 시장에서는 풍년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별로 적지 않은 재고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내달부터 수확되는 햅쌀까지 떠안게 되면 이를 팔기 위해 더 싼값에 물량을 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주양 농협중앙회 유통팀장은 "지난달 말 현재 전국 단위농협에서 보유하고 있는 쌀 재고량은 34만1000여t으로 재고물량이 적지 않았던 작년 같은 시점보다 2만여t이나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적정 재고량보다 10만t가량 많은 수준이다. ◆80㎏ 산지 출하가 13만원 붕괴 초읽기

쌀 도매상들은 전국 평균 13만원대 초반까지 밀린 80㎏짜리 산지 출하가격이 조만간 12만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국 RPC별로 내달 수확기를 앞두고 밀어내기식 경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현재 도매시장에서 경기미 정도가 80㎏ 기준 1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을 뿐 이미 강원도 철원산은 12만원대,남부지방 쌀은 11만원대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