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연일 3000억 이상 국채 매수…한국서도 '채권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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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쏠림…큰 리스크 될 수도"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채권 랠리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 역시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자금이 채권에만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주요국 경기 둔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채권의 인기를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24일에도 채권 랠리는 이어졌다. 이날 채권시장의 지표물인 3년만기 국고채와 5년만기 국고채의 금리는 각각 0.04%포인트,0.03%포인트 하락했다. 이날 마감 금리는 3년만기 국고채가 연 3.58%,5년만기 국고채가 연 4.11%다. 이로써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7일 연 3.76%에서 0.18%포인트 떨어졌다. 5년짜리 국고채는 이보다 낙폭이 더 커 0.23%포인트에 이른다. 평소 거래량이 많지 않던 10년만기 국고채와 20년만기 국고채도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이 기간 중 각각 0.22%포인트와 0.21%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에서 채권 랠리를 이끄는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매일같이 3000억원어치 이상의 국채를 쓸어담으면서 물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중국이 한국 국채 편입을 시작하면서 외국인의 매입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김경록 미래에셋캐피탈 대표는 "10년만기 국채 기준으로 금리를 보면 미국이 연 2.6%대인 데 반해 한국은 연 4.5%대"라며 "한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데다 금리마저 높은 수준이어서 중국이 중장기물 중심으로 매수를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모두 2조4813억원어치의 한국 채권을 사들였다. 지난해 하반기 매입규모 1조8726억원을 훨씬 웃돈다.
중국이 한국 국채 매입을 계속하자 다른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도 서둘러 채권 매입에 나서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중국의 외환 포트폴리오 조정이 지난주부터 이슈로 불거지면서 국내외 기관이 중국에 앞서 물량을 확보해 달라는 주문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3000계약 이상 국채선물을 순매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채권시장에선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역대 최저 금리는 지난해 1월7일 작성됐다. 이때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26%,5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2%였다. 지금과 비교하면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편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하고 있는 만큼 최근의 추세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과 마찬가지로 채권시장에서 지나친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