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반쪽짜리 원전강국
입력
수정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성공했을 때다.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이 해외에서 강력한 원전 수주경쟁자로 부상했다며 법석을 떨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고,새로운 민 · 관협력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우리로서는 이제 겨우 한 건 했을 뿐인데도 일본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전기술의 완전한 국산화를 앞당길 것을 과학계에 주문한 적이 있다. 아직 국산화를 하지 못한 세 가지 기술 때문이었다. 최근 과학계는 우리나라가 국산화 측면에서는 100%에 가까운,사실상 기술자립을 달성한 것과 마찬가지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하고 있다. 정부는 이 여세를 몰아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세계 3대 원전 수출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그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온전한 원전강국의 조건을 갖춘 것인가. 밖에서는 원전수주 소식이 들려오지만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솔직히 아직은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특유의 '엄살''과장''호들갑'이 느껴질 정도로 한국의 원전 수주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일본은 현재 54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세계 3위 원전설비 보유국이다. 일본이 특히 부러운 이유는 이른바 핵연료주기(cycle)의 기술자립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그들의 끈질긴 노력 때문이다.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저준위폐기물 처분시설,고준위폐기물 저장시설,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MOX연료 제조공장 등을 포함하는 핵연료주기 시설은 그 상징적 결과물이다. 또 무쓰시에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이 진행 중이다.
한때 재처리의 경제성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지만,일본은 천연우라늄의 농축에서 재처리,연료가공,폐기물 처리에 이르기까지 핵연료주기의 완결로 가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참여정부에서 중 · 저준위 폐기물 저장시설만,그것도 오랜 갈등 끝에 겨우 해결됐을 뿐이다. 발전소에 임시로 저장돼 점점 포화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사용후핵연료나 고준위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어찌 보면 지난 정부가 골치 아픈 것을 현 정부로 떠넘긴 셈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툭하면 단골메뉴로 거론되는 한 · 미원자력협정 개정이나 새로운 기술적 대안 얘기들만 반복되고 있다.
설사 재처리의 길이 열린다고 해도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의 필요성과 재처리후 고준위폐기물 처리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 상황이 그대로 지속될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용후핵연료의 중간저장이든,최종처분이든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정부라도 별로 빛이 나지 않거나,자칫 뜨거운 감자로 돌변할 수 있는 사안을 좋아할 리 없다. 그 때문인지 현 정부도 사용후핵연료의 중간저장(또는 최종처분)이나 고준위폐기물 얘기가 나오는 걸 꺼려한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다른 정부라면 몰라도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원전을 녹색성장의 한 축이라고 공언했고, 원전의 신규 건설 필요성과 원전의 수출산업화 비전을 제시한 정부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이 문제의'공론화'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원전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해도 우리는 반쪽짜리 원전강국에 불과할 뿐이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이명박 대통령은 원전기술의 완전한 국산화를 앞당길 것을 과학계에 주문한 적이 있다. 아직 국산화를 하지 못한 세 가지 기술 때문이었다. 최근 과학계는 우리나라가 국산화 측면에서는 100%에 가까운,사실상 기술자립을 달성한 것과 마찬가지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하고 있다. 정부는 이 여세를 몰아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세계 3대 원전 수출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그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온전한 원전강국의 조건을 갖춘 것인가. 밖에서는 원전수주 소식이 들려오지만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솔직히 아직은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특유의 '엄살''과장''호들갑'이 느껴질 정도로 한국의 원전 수주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일본은 현재 54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세계 3위 원전설비 보유국이다. 일본이 특히 부러운 이유는 이른바 핵연료주기(cycle)의 기술자립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그들의 끈질긴 노력 때문이다.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저준위폐기물 처분시설,고준위폐기물 저장시설,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MOX연료 제조공장 등을 포함하는 핵연료주기 시설은 그 상징적 결과물이다. 또 무쓰시에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이 진행 중이다.
한때 재처리의 경제성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지만,일본은 천연우라늄의 농축에서 재처리,연료가공,폐기물 처리에 이르기까지 핵연료주기의 완결로 가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참여정부에서 중 · 저준위 폐기물 저장시설만,그것도 오랜 갈등 끝에 겨우 해결됐을 뿐이다. 발전소에 임시로 저장돼 점점 포화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사용후핵연료나 고준위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어찌 보면 지난 정부가 골치 아픈 것을 현 정부로 떠넘긴 셈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툭하면 단골메뉴로 거론되는 한 · 미원자력협정 개정이나 새로운 기술적 대안 얘기들만 반복되고 있다.
설사 재처리의 길이 열린다고 해도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의 필요성과 재처리후 고준위폐기물 처리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 상황이 그대로 지속될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용후핵연료의 중간저장이든,최종처분이든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정부라도 별로 빛이 나지 않거나,자칫 뜨거운 감자로 돌변할 수 있는 사안을 좋아할 리 없다. 그 때문인지 현 정부도 사용후핵연료의 중간저장(또는 최종처분)이나 고준위폐기물 얘기가 나오는 걸 꺼려한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다른 정부라면 몰라도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원전을 녹색성장의 한 축이라고 공언했고, 원전의 신규 건설 필요성과 원전의 수출산업화 비전을 제시한 정부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이 문제의'공론화'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원전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해도 우리는 반쪽짜리 원전강국에 불과할 뿐이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