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농업株 '쌀값 하락' 유탄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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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의존…실적악화 우려"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으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농업 관련주가 국내 쌀값 하락으로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애그플레이션 전망의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는 국제 밀값 상승은 아직 먼 이야기인 데 반해 쌀값 하락은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종목주가 롤러코스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농업 관련 종목들은 이달 들어 약진 중이다. 비료업체인 효성오앤비는 지난 24일 상한가에 이어 25일에도 4.90% 상승한 60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말 3560원에 머물렀지만 지난 11일 6350원까지 뛰었다. 종자회사인 농우바이오(27.51%)를 비롯 농약회사 휴바이론(37.79%),농업기계회사 대동공업(7.79%) 등도 이달 주가상승률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낮은 쌀값이 실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농업 관련 기업이 내수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쌀값 하락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국내 농업에서 쌀농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농가 기준)에 이르는 가운데 쌀 도매가는 이달 들어 80㎏당 13만2460원으로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쌀값이 떨어지면 농가에서 쌀농사를 줄여 비료나 농약 매출도 타격을 입게 된다"며 "새로 농사를 시작하는 내년 1분기 이후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겠지만 국제 밀값 상승보다는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효성오앤비와 휴바이론 등은 수출 물량이 전혀 없다. 농업 관련주 중에는 그나마 화학비료 업체인 경농이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수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쌀농사 비중이 큰 동남아시아가 주요 시장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농업 관련주의 거품이 걷힐 수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밀값 상승이 우리나라의 농업 관련 기업들의 실적으로 직접 이어지기는 힘들다"며 "외부 호재로 오른 주가가 국내 쌀값 하락이라는 악재로 다시 조정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농업 관련주는 주가 등락폭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난 4일부터 6거래일간 79.63% 급등한 효성오앤비는 이후 나흘간 14.05% 하락했다. 19일과 20일에도 11.17% 떨어졌다가 최근 사흘간 다시 23.71% 오르는 등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한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실체가 있는 호재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보기에는 주가 등락폭이 단기간에 너무 크다"며 "테마가 사라지면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