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말로는 못 당하겠네" 소리 듣고 싶다면

변호사 논증법 | 최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336쪽 | 1만3800원
A가 "일본 사람들은 친절해"라고 말했다. B는 "무슨 소리야? 내가 만난 일본 사람 중에는 친절하지 않은 사람도 있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A가 친절하지 않은 일본인도 있다는 걸 몰라서 그렇게 말했을까. 비록 불친절한 사람도 있지만 "일본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하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인은 모두 친절하다"고 말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B는 논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일본인은 대체로 친절하다"는 주장은 비판하기 어렵지만 "일본 사람은 모두 친절하다"는 주장은 비판하기 아주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대방의 주장을 비판하기 쉽게 해석하는 것을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라고 한다. 상대방의 주장을 허수아비로 만들어놓고 공격해봤자 헛발질만 하게 되고,거꾸로 상대방의 반박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변호사 논증법》은 실제 사례를 통해 논증의 방법을 설명한다. 저자는 논리적 사고의 대명사로 변호사를 주목한다. 탄탄한 논리,뛰어난 화술로 피고인의 편에 서서 검사와 판사를 설득하는 변호사들의 사례를 논증의 네 가지 원칙과 함께 소개한다. 상대방의 주장에 자비를 베풀어 최대한 합리적인 주장으로 해석하는 '자비로운 해석의 원칙'을 비롯해 근거 제시 및 확인의 법칙,입증의 책임 및 권리의 원칙,논점 일탈 금지의 원칙이 그 네 가지다.

저자는 특히 '자비로운 해석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생각해보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