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회서 정책개발 경쟁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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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입법 많지만 질은 수준미달가을 회기 개회를 앞둔 미국 의회의 모습이 초라하기만 하다. 의회에 대한 지지도는 20%로 떨어졌다. 미국 국민 10명 중 8명은 입법부를 못 미더워한다는 말이다.
美의회처럼 젊은 의원 앞장설 때
하지만 필자는 이런 미국 의회가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정책전문가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물론 소수당인 공화당에도,막강한 권한을 지닌 상원은 물론 하원에도,40~50대 정책통들이 즐비하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인 마이크 펜스와 폴 라이언은 대표적인 예다. 올해 51세인 펜스는 하원의원이 되기 전에 라디오 토크쇼를 진행한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그는 인신공격이나 언론 플레이를 멀리한다. 대신 싱크탱크를 운영한 경험을 되살려 이민과 예산,그리고 언론 개혁 등 다양한 국정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정책 분석과 대안 입법을 해왔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펜스는 선거 때마다 승리를 구가했다. 공화당 연구 위원회 의장과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 등 요직을 섭렵해왔다.
불혹의 나이를 갓 넘긴 라이언의 정계 입문 이전 경력은 대학 졸업이 전부다. 하지만 그는 학자나 전문 관료 못지않게 복지 및 재정 정책 전문가로 이름이 높다. 최근에는 에릭 캔터 등 젊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만성적인 재정 적자 해소책을 다룬 정책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수주의 국정 운영 철학에 충실하면서도 인기영합주의와는 거리가 멀지만 재정을 건전화하는 정책 제안들을 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라이언은 6선 의원이 됐을 뿐 아니라 당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부상했다.
우리는 어떤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미국 의회에 대한 지지도와 같이 형편 없다. 국회가 정책 개발과 입법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게을리한다는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와 관련,의원 입법 건수는 늘었지만 양질의 법안은 찾기 힘들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 부결된 법안을 제출하는'재탕 입법', 외국의 법규를 그대로 쓰는 '베끼기 입법', 그리고 법률안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무임승차 입법' 등 개탄스러운 행태가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난국을 타개할 우리의 젊은 정책통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력서 상으로는 미국의 펜스나 라이언보다 화려한 경력의 의원들이 적지 않지만 소장 의원이 정책 제안을 해 국가적 토론에 불을 지피는 일은 극히 드물다. 각종 모임을 만들고 국회의 권한 강화와 세대 교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에는 열심이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 개발 노력은 소홀하기 짝이 없다. 국민과 소통을 하겠다며 이메일과 문자메시지,트위터에 열을 올리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의원 본분에서 벗어난 신변잡기나 시사평론인 경우가 허다하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 인사청문회와 함께 막을 올릴 가을 국회에서는 젊은 의원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 당리 당략을 떠나서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복지 정책,교육 내용의 수월성과 교육 기회의 균등성을 포괄하는 교육 정책,그리고 당면한 위협과 잠재적 위협을 함께 대처하는 안보 정책 등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정책을 개발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럴 때만이 입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로부터의 인위적 세대교체가 아닌 유권자의 지지와 사랑에 힘입은 아래로부터의 진정한 세대 교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부르짖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정말 보고 싶다.
윤계섭 < 서울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