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더블딥' 우려에 경기방어주 '베팅'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경기방어주를 사들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민감주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은 경기 방어주로 매기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날까지 남양유업 주식을 26거래일째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지난 7월 8일부터 꾸준하게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 기간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고 적게는 하루 4주에서 많게는 1700주 이상 연일 남양유업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남양 유업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20.98%에서 22.37%로 늘었다.남양유업이 꾸준하게 실적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상반기에 분유, 우유, 발효유 등 기존 사업부문과 주스 등 음료부문의 선전으로 매출액 4892억원에 영업이익 275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동기보다 각각 1.9%와 111.1%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은 제일약품 주식도 21거래일 연속 순매수하고 있다. 제일약품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세는 지난 3월 23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외국인의 러브콜에 제일약품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11.08%에서 15.81%로 확대했다.

제일약품은 역시 안전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다양한 제너릭 제품을 출시하면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상반기 제일약품의 매출액은 2111억원, 영업이익은 259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보다 18.5%와 40.6% 늘었다.외국인은 진로도 15거래일 연속 순매수하고 있고 삼천리, 인디에프, 빙그레, 대성산업, 부산가스 등도 10거래일 이상 연일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이처럼 경기방어주를 사들이면서 새롭게 지분변동 공시를 하는 대형 외국계 투자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에르메스 인베스트 먼트 매니지먼트 리미티드(Hermes investment management limited)는 특별관계자와 함께 최근 대웅제약 주식을 추가 매수해 54만700주(5.05%)를 보유하고 있다고 이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미국계 투자사인 인터내셔날 밸류어드바이저스 엘엘씨(International value advisers, LLC)와 오펜하이머 디벨러핑 마켓츠 펀드(Opp. Developing Markets Fund)는 각각 농심 주식 30만6230주(5.03%)와 NHN 주식 240만7627주(5.00%)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당분간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경기방어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글로벌 경기가 더블딥에 빠지는 상황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다만 각국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방안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더블딥에 대한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주식시장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를 감안한 대응전략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권 연구원은 "당분간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음을 감안해 경기 민감도가 높은 업종보다는 경기방어적인 성격이 강한 제약.바이오, 필수소비재(음식료, 섬유의복, 생활용품), 서비스(카지노, 광고 등) 업종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