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살린 창의적 韓食으로 세계시장 도전"

'조리명장' 이병우 롯데호텔서울 총주방장
"요즘은 정보기술(IT)이 성장동력이지만 앞으로는 고유한 식문화가 그 역할을 할 겁니다. 요리하는 사람들이 감각을 살려 창의적인 한식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죠."

'조리명장' 반열에 오른 이병우 롯데호텔 서울 총주방장(55 · 사진)은 26일 한식 세계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는 11월 지하 1층의 한식당 '무궁화'를 전망이 제일 좋은 38층으로 옮기고,뷔페 레스토랑 '라세느'와 베이커리 '델리카한스'도 1층으로 이전하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손에서 칼을 놓은 적이 없다. 요즘 이 총주방장은 어떻게 하면 한식을 '나이스'하고 맛있으면서도 현대적인 글로벌 음식으로 만들까 하는 생각에 골몰해 있다. 그는 "이제까지의 틀을 흔들어 '모던한 한식'을 추구하면서도 맛은 '전통'을 고수하는 방법과 새로운 메뉴 도입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며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리는 한식의 '공간전개형'에 코스로 하나씩 내놓는 서양의 '시간전개형' 식사법을 접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상 푸짐하게 차려 놓고 함께 먹는 한식 상차림의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요리하는 데 서너 시간이 걸리는 반면 30분이면 먹을 수 있죠.배도 금방 부르고요. 요리에 따라 따끈하고 차가운 상태에서 먹을 수 있게 하나씩 내놓는 서양 식사법을 접목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코스로 내놓으면 음식의 맛과 멋을 좀 더 음미할 수 있는 여지도 있고요. "

그는 '코스별 소반차림'을 통해 한식과 양식의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식을 양식처럼 코스로 내놓되 코스별 소반을 이용,한식 전통의 공간전개형 상차림을 반영한다는 것.전체적으로는 서양 식사법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식 상차림으로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음식은 하나의 문화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시대적 세계의 식문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지요. 이를 우리 전통에 접목시키는 게 세계화 과정이죠."

그는 한식의 지나친 '퓨전화'는 경계했다. 어디까지나 한식이 주가 돼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식의 작은 요소를 양식에 녹여내는 형태의 세계화는 곤란합니다. 해외에선 한식당에서 일식을 파는 경우도 많아요. 당장 장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한식문화의 정체성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겠지요.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든가 지원을 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

그는 후진을 양성해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공로로 지난해 말 요리인으로는 처음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호텔의 재능 있는 요리사를 선발해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동양인 최초로 요리 부문 메달을 딸 수 있게 지도한 것.그는 1990년대 초에도 독일 세계요리올림픽과 싱가포르 살롱퀴리네르대회 등 국제요리대회에서 한국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석세스(success · 성공)는 석세션(succession · 전수)을 잘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한식문화와 요리 수준을 끌어올릴 창의적인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더욱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