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격 訪中] '권력승계' 中최고지도부 동의 요청…대규모 경협도 논의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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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왜 또 갔나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訪中) 의도와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온다. 사전 정황이 포착되지 않은 데다 5월 초 방중 이후 불과 3개월 만이라는 시점,평소와는 다른 이동 경로 등 모두 이례적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평양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와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방중길에 올라야 할 만큼의 '중대한 사정'이 있느냐도 초미의 관심사다.
9월 초 당대회 앞두고 사전징후 없이 극비 행보
수해 수습·식량난 해결 시급…제재국면 전환 모색할 수도
◆대규모 경협 요청 가능성9월 초 당 대표자회에 앞서 수해와 식량난으로 어지러워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중국 측에 식량 등 물자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5월 방중 당시 중국에 1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100만t의 식량 지원을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난번 회담을 마무리짓고 최근 들어 국제사회의 제재와 수해 등으로 가중되는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에 경협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방중 때는 천안함 사태 직후여서 중국으로서도 선뜻 대북 지원에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 관계자는 "당 대회를 축제로 치르기 위해서는 북한이 처한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며 "조속한 수해 복구와 식량난 등 해소 등을 위해 중국에 대규모 경제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은 승계' 매듭지을까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의 후계구도에 관해 중국과 협의를 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관측했다. 김 위원장은 1980년 소집됐던 제6차 당대회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비서로 선임됨으로써 대내외에 고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물려받는 후계 체제를 공식화했다. 따라서 김정은도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비슷한 절차를 밟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선발대도 없고 아무런 사전징후도 없이 방중한 것은 후계구도와 같은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9월 초 당 대표자회에서 후계자를 확정지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안정적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석 달 만에 다시 방중했다면 이는 특수 목적일 것"이라며 "북한 내부가 '권력 이양기'에 있다는 점에서 권력승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최근 평양 주변에 대규모 병력과 화포가 배치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안정적인 권력승계를 위해 당 대회를 축제로 만들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조속한 수해 복구와 대규모 경협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다웨이 방북 이후 긴급 조율 필요성
지난 16~18일 북한을 방문했던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방북 직후라는 점에서 북 · 중 정상 간 대면협의가 필요한 긴급한 현안이 있는지도 관심사다. 무엇보다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진전된 결정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의 대규모 경협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나름의 성의표시를 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유엔의 대북제재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여서 북한으로서도 '제재'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타이밍'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측의 5 · 24 대북조치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통해 경제 지원과 국면 전환의 '활로'를 모색하는 방중길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 중국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6자회담 재개 등 주요 이슈에 대한 깜짝 발표가 나올 수도 있다. 일각에선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후유증을 앓고 있는 김 위원장이 신병 치료차 중국을 방문했다는 관측도 있지만 북 · 중 간 얼마든지 전문치료팀이 오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연성은 높지 않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