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ㆍ주가폭락세 일본…'정국불안' 악재까지 덮쳐

오자와, 총리직 도전

1년새 총리 3번 바뀔 위기
간-오자와 누가 당선되든 여당 분열 '후폭풍' 클 듯
일본 정국이 안갯속에 휩싸였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26일 전격적으로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정권의 향배가 불투명해졌다.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당 대표 선거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이 간 나오토 총리(현재 민주당 대표)를 꺾고 승리하면 총리직까지 거머쥐게 된다.


민주당 정권은 작년 9월 출범 이후 1년 만에 세 번째 총리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 경제 불안으로 엔화 가치가 연일 급등하고,도쿄증시의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정치 불안'이란 악재마저 돌출한 형국이다. 경제계에선 정치 불안정이 정책 부재로 이어져 경제 악화를 부채질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승부수 던진 오자와

일본 언론들은 25일까지만 해도 오자와 전 간사장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정치자금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출마하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오자와 전 간사장은 40여년의 정치역정이 그랬듯 이번에도 승부수를 던졌다. 26일 아침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의 회동 직후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당의 단합을 위해 간 총리가 '탈(脫)오자와' 노선을 바꾸길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자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오자와 전 간사장과 간 총리 사이에서 중재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그는 25일 밤 간 총리와 만나 탈오자와 노선에서 벗어나 오자와 전 간사장과 오자와 그룹 의원들을 중용해 당을 단합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간 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의 부탁을 거부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여기서 밀리면 자신의 정치생명은 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권의 향방을 결정할 총선(중의원 선거)은 3년을 기다려야 한다. 간 총리는 자신이 대표 경선에서 재선해 총리직을 유지하면 3년간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3년 후엔 오자와 전 간사장도 70세가 넘는다. 그땐 그에게 기회가 올지 불투명하다.

◆누가 이길까

민주당 내 계파별 세력 분포만 보면 표면적으로는 오자와 전 간사장이 유리하다. 민주당 의원 412명(중의원 306명,참의원 106명) 중 오자와 전 간사장은 직계그룹 150명과 하토야마 그룹 60명, 다루토코 신지 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 그룹 15명,일본국연구회 소속 의원 20명 등 245명 정도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간 총리는 자기 그룹 50명과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 그룹 40명,노다 요시히코 재무상 그룹 30명,리버럴회 그룹 20명,하타 쓰토무 전 총리 그룹 15명 등 155명 정도의 지원을 받고 있다. 당내 판세에선 간 총리가 수적으로 밀리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승부가 결정된 건 아니다.

이번 민주당 대표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방의회 의원 2382명,당원과 서포터 등 34만2493명이 참여하는 경선 방식이다. 간 총리는 국회의원 숫자에선 뒤지지만 상대적으로 여론의 지지도가 높다는 게 강점이다. 간 총리의 유임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은 50%가 넘는다.

문제는 누가 이기든 여당이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간 총리 진영과 오자와 그룹은 불신의 골이 너무 깊다. 누가 선거에서 이기든 후유증으로 당이 두 조각 날 공산이 크다. 간 총리가 승리할 경우 친오자와 세력을 더욱 배제할 것이고,반대로 오자와 전 간사장이 승리하면 반오자와 세력이 설 땅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야당은 민주당 대표 선거 이후 여당을 탈당한 세력과의 합종연횡 등 정계개편으로 이미 시선을 돌리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