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전망대'] 한국도 경기 논쟁중…7월 산업활동에 주목

경제가 일시 회복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인 '더블딥(double dip)'은 2001년부터 쓰였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이코노미스트(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가 정보기술(IT)버블 붕괴 후 상황을 진단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미국 경제는 IT 호황에 힘입어 2000년 2분기 8.0%(전기 대비 연율 환산)라는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으나 거품이 터지면서 성장률이 3분기 0.3%,4분기 2.4%로 뚝 떨어졌다. 급기야 2001년 1분기엔 -1.3%로 고꾸라졌다. 2분기 들어 2.6%의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3분기 들어 다시 -1.1%로 추락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로치는 미국 경제가 정상궤도에 복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전망은 결과만 놓고 보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앨런 그리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2002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2007년 초까지 활황을 이어갔다. 물론 이는 IT 버블보다 파괴력이 훨씬 더 큰 주택버블을 잉태시키는 모태가 됐다.

최근 더블딥에 대한 걱정은 IT 버블 붕괴 때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더블딥을 피하기 힘들다'고 관측하고 있다. 미국 성장률이 1분기 3.7%에서 2분기엔 1.6%로 추락하면서 더블딥 우려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써야 하는데,재정은 정부 부채 문제에 봉착했고 통화정책은 사실상 제로금리에다 양적 완화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겠지만 더블딥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와 한국은행,민간 경제학자 등의 한결같은 관측이다. 다만 경제 성장의 둔화폭이 어느 정도일 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주엔 한국 경제가 향후 어떤 모습을 그릴지 예측하는 데 기초가 되는 주요 지표가 상당수 발표된다. 그 중에서도 통계청이 31일 내놓는 '7월 산업활동동향'이 주목된다. 산업활동의 핵심인 광공업생산은 12개월 연속 증가(전년 동기 대비)해 지난달 16.9% 늘었다. 다만 증가율이 낮아지는 추세인 데다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으며 7월부터는 기저효과마저 사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율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광공업생산은 작년 상반기 내내 마이너스였지만 7월엔 0.7%의 플러스로 돌아섰다.

같은 날 한은이 발표하는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하락 곡선을 그릴 공산이 크다. 이미 지난달 제조업 업황 BSI가 105에서 103으로 낮아진 데다 며칠 전 나온 8월 소비자심리지수(CSI)도 2포인트 하락했다.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일 통계청이 공표한다. 한은이 그간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혀왔는데 한은 전망대로 갈지 관심이다.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대로 안정된 모습을 나타냈다.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이번 주 중 연 3%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등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주말 금리는 연 4.04%였다. 외환시장에선 일본 당국이 엔고 저지를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