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原電…송도…상암DMC…미디어 아트를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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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로 인기 끌면서 기획전·축제 잇달아
백남준·김수자·양혜규씨 등 가을 화단 달궈
텔레커뮤니케이션과 인터랙티브를 융합한 테크노 아트의 개척자 영국의 로이 에스콧,바늘과 천을 이용한 '보따리 작업'에서 영상 작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김수자,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추상적인 모티브로 형상화한 양혜규….
탄탄한 실력을 갖춘 국내외 미디어 영상 · 설치 작가들이 새로운 장르를 선도하며 초가을 미술 동네를 수놓는다. 그동안 회화 작가들의 작품에 매달려온 미술관과 화랑들이 최근 공공미술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첨단 미디어 아트 기획전을 마련했다. 전남 영광 원자력 발전소,인천 송도 신도시,서울 상암DMC와 연계된 프로젝트를 통해 미디어 아트의 최신 경향을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 현대 강남점에서는 고 백남준 · 박현기 선생을 비롯해 전준호,문경원,김범,최우람씨 등 미디어 영상 및 설치 작가 8명의 작품을 모은 기획전 '파워하우스'전을 내달 19일까지 연다. 일상적인 이야기와 자연적 소재를 통해 미디어아트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전시회다. 정적인 회화와 동적인 영상,과거와 현재,실재와 허구가 조합된 독특한 설치 작품 30점이 나와 있다.
가령 백남준의 1991년 작 '샬롯 무어만'은 현대 음악가 존 케이지를 모티브로 한 TV 로봇 작품이다. 어두운 공간 속에 음악과 미술의 아름다운 동거를 비추며 진지한 명상으로 인도한다. 전준호씨의 영상 작품 'Welcome'은 한국의 정치 사회적 현실을 특유의 독특한 시선으로 재해석했고,최우람씨의 신작 '겁'은 시간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디어 영상 및 설치 미술가들의 개인전도 줄을 잇는다. '보따리 작가'김수자씨는 다음 달 3~17일 '현대미술과 원자력의 만남'을 주제로 한 이색 아트 프로젝트를 연다. 그린란드 빙하를 찍은 '워터 오브 에어'(Water of Air),스페인의 란자로테 사화산과 과테말라의 파카야 활화산 등을 소재로 자연과 원자력의 관계를 담아낸 영상 작품을 원자력발전소 내 방류제에 가로 5m,세로 2m 크기의 6개 스크린을 통해 보여줄 예정이다. 프로젝트 관람을 위해서는 홈페이지(www.nppap.or.kr)를 통해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주목을 받았던 양혜규씨는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작품전을 갖고있다. 전시회의 주제는 '셋을 위한 목소리'.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한 비디오 작업 '쌍과 반쪽-이름없는 이웃들과의 사건들'을 비롯해 사진,영상,광원 설치 작업 등을 출품했다. 무위의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목소리'라는 매체를 이용해 특유의 추상적인 언어로 구현했다.
내달 1일 송도국제도시 내 투모로우시티에서 개막되는 '2010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INDAF)'은 도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미디어 아트 축제.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총 감독을 맡아 송도를 '유비쿼터스의 도시'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헤르만 콜겐(프랑스)을 비롯해 울프 랑게인리히(독일),로이 에스콧(영국),김준 · 이동기 · 이용백씨(한국) 등 국내외 작가 90여명의 신작 100여점이 출품된다. 예술과 첨단 기술이 창의적으로 결합돼 미래 예술을 보여주는 게 공통점이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서는 'DMC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 내달 9일부터 시작된다. 전시회 주제는 '아트 테크놀로지 · 창조'다. 애니메이션 등과 접목한 뉴 미디어 아티스트 김일권,최광선씨 등 총 30명의 작품 40여점이 거리 곳곳에 설치된다. 또한 제6회 서울 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2010)는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세상을 만드는 트릭스터(신화 등에 나오는 장난꾸러기)로 백남준을 조명한 기획전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각각 열린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