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비싼 캐비아, 러 가뭄으로 가격 꿈틀

최대 서식 카스피해 수위 3m ↓
'서양 요리의 보석''세계 3대 진미' 등으로 불리는 철갑상어알(캐비아)에까지 러시아 가뭄의 불똥이 튀었다. 세계 최대 캐비아 서식지인 카스피해가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영국 이란 러시아 환경과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해 "지난 6월부터 석 달간 지속된 러시아의 가뭄으로 볼가강 중상류 지역에서 유입되는 강물이 크게 줄어 카스피해 수위가 수개월 내에 최대 3m가량 낮아질 것"이라며 "이 지역 특산물인 철갑상어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세계 최대 내륙해(海)인 카스피해의 담수량이 줄어들수록 녹조류 등 수생미생물과 오염물질 농도가 높아져 어류가 살기 힘든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로 인해 볼가강과 카스피해를 오르내리는 철갑상어의 개체 수도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란 러시아 과학자와 공동 연구를 진행한 수전 르로이 영국 브루넬대 교수는 "호수와 비슷한 내륙해의 특성상 수중 영양분이 증가하면 녹조류가 대량 번성하고,이 녹조류가 수중 산소를 대부분 빨아들인다"며 "이렇게 되면 철갑상어는 물론 다른 어류에도 최악의 서식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해수면이 내려가면 해안가에 몰려 있는 하역시설과 철갑상어알 생산공장 등을 오가는 선박의 운항까지 어려워져 수산물 유통대란도 겪을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값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철갑상어를 확보하기 위해 마피아 등의 불법 포획이 기승을 부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스피해 연안국인 러시아와 이란은 지난 6월부터 포획 쿼터제를 실시하는 등 최근 남획과 오염 증가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철갑상어를 보호하고 있다.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캐비아

소금에 절인 철갑상어알.벨루가,오세트라,세브루가라는 철갑상어 종에서 채취한 것을 3대 캐비아로 꼽는다. 자연산은 ㎏에 1만달러를 호가할 만큼 최고급 식재료다. 철갑상어는 민물에서 부화한 뒤 바다로 내려가 살다 성체가 되면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담수어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