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60년사 국제 컨퍼런스] 시장경제 존중이 한국의 '경제 기적' 일궜다

국내외 전문가들 분석
"한국의 기적적인 성장은 정부의 적절한 경제정책과 기업가들의 도전정신이 어우러진 결과다. "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60년사 국제 컨퍼런스'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이 반세기 만에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선 비결을 이렇게 정리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도 시장경제 기본 원칙을 존중하고 대외 개방을 추진한 것이 성장의 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의 경제성장사를 담은 '한국경제 60년사'의 발간을 기념해 개최됐다. ◆"기업가 존중받는 환경 만들어야"

사공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겸 한국경제 60년사 편찬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정부의 역할에 따라 기업가 정신은 왕성해질 수도 있고 쇠퇴할 수도 있다"며 "1960년대부터 기업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한 것이 경제 기적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사공 위원장은 그러나 "정책 담당자들이 국내외 정세를 잘못 예측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며 "1990년대 말 일어난 외환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약해져 간다는 우려가 있다"며 "기업가가 존중받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병준 산업연구원 원장은 "정부는 1960~1970년대 수출 진흥과 중화학공업 육성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고 기업가들은 이에 부응해 제조업을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정책을 주도하면서도 항상 시장경제의 원칙을 존중했다는 점"이라며 "기업가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가 정책의 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경제 기적을 일군 것은 일관성 있게 개방정책을 추진해 시장을 넓히고 경쟁력을 높인 결과"라고 말했다.

◆성장잠재력 확충이 과제급속한 성장에 따른 문제점과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 과제도 지적됐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정부 주도의 성장전략은 전체적으로는 성공적이었지만 금융시장을 왜곡시키고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부작용도 낳았다"고 주장했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 등 보건 · 복지 향상은 한국 경제 발전을 가능케 한 또 하나의 축이었다"며 "저출산 · 고령화시대에 대응해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이고 여성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양호 국토연구원 원장은 "경제 성장과 함께 환경 보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녹색성장을 이룩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라고 밝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찬 연설에서 국내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거시 정책은 민간부문의 자생력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최근 주요 국가의 경기 불확실성 심화,잠재적인 물가압력 등을 고려해 균형 있게 거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규제 개혁을 통한 서비스 산업 선진화는 결코 멈출 수 없는 과제"라며 "가계 기업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예기치 않은 충격을 시스템적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