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7개 사업지구서만 3조원 손실 예상"

감사원, 사업축소 권고
합병 주도권 다툼이 부실 불러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신인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합병 주도권을 잡기 위한 덩치키우기 경쟁과 과도한 토지보상금 지급,무리한 기반시설부담 등이 LH의 부실을 초래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3월8일부터 4월2일까지 LH에 대한 기관 운영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된 2003년 이후,두 공사는 주도권을 잡기 위해 타당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사업 규모를 키웠다. 이에 따라 미분양 토지 규모는 2003년 2조7357억원에서 2005년 3조4128억원,2007년 7조7362억원,2009년 17조794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감사원은 LH의 7개 사업지구를 표본으로 선정해 타당성 조사를 한 결과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면 수요 부족 등으로 3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LH는 또 원활한 사업추진 등을 명분으로 총 43개 사업지구에서 스포츠센터 건립비 등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당한 기반시설 설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택지 조성원가를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기반시설부담금이 총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12.8%에서 2007년 23.1%로 크게 늘어났다. 2008년 법적 근거가 없는 기반시설부담금을 택지 조성원가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성원가에 포함시켜 아파트 분양 가격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LH는 이와 함께 다른 지역의 과도한 보상 선례 등을 인용해 토지 등을 수용당하는 원주민에게 과도하게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A사업지구의 경우 적정 보상가격보다 1조3000억원이나 많은 보상비를 과다 지급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의 이 같은 감사 결과는 수익성 없는 임대주택사업과 국책사업을 과중하게 떠안은 게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는 LH의 주장과 차이가 나는 것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국토해양부 장관과 LH 사장에게 사업타당성을 재검토해 수요가 없거나 수익성 개선 여지가 없는 사업은 축소 또는 취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법적 근거가 없는 기반시설 설치비는 조성원가에 산입하지 말고 보상비를 과다평가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이 자금조달 여건 등을 고려해 LH의 적정 사업물량을 재검토한 결과 연간 신규 사업 착수물량은 올해 규모보다 10조원 적은 24조5000억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사업계획 승인 이후 아직 착공하지 않은 물량 45만채 중 7만3000채는 수요 부족 등으로 장기적으로도 사업 착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토대로 감사원은 지구 지정된 채 미착수된 사업(165조원 규모) 중 장기간 착수가 곤란한 사업은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