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족령' 풀린 중수부…사정수사 폭풍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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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국 특수부장 소집 회의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30일 전국 특별수사전담 부장검사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김준규 검찰총장을 비롯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 고위 간부와 26개 전국 검찰청 특수부장 30여명이 참석했다.
金 총장 "강력한 법 집행" 강조
특수부장 회의는 가끔 열리지만 이날 회의의 무게감은 여느 때와 달랐다. 우선 사정수사의 핵심인 대검중수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로 한 9월1일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어서다. 대검중수부는'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사건 이후 개점휴업 상태였다. 검찰이 새로운 각오로 다시 움직이기로 한'D-데이'를 이틀 앞두고 사정수사 사령탑 전원이 모인 것은 심상치 않은 징후라는 시각이다. 김 검찰총장의 발언 수위도 예전의 톤이 아니었다고 한다. "국민은 강력한 법집행으로 사회질서와 국가기강을 바로잡기를 바란다. 지금까지는 여러 환경 때문에 검찰권 행사를 자제해 왔으나 앞으로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 " 더 이상 자제하지 않고 풀어 놓겠다는 해석이다. 여기에다 회의 분위기도 시종일관 폭풍전야처럼 싸늘하고 무거웠다고 한다.
김 총장의 발언과 분위기 등을 종합하면 향후 사정수사가 휘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느슨하지 않은 강력한 법집행이다. "(김 총장)
검찰의 한 관계자는"중수부가 1년 만에 움직이는 만큼 심상치 않다"고 했다. 현재의 중수부는 1년간 수사정보를 차곡차곡 쌓아온 볏단 같다고 비유한 관계자도 있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중수부의 금족령이 풀린 이상 연말까지 굵직한 사건 몇 개는 터뜨릴 개연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선례로 보면 이럴 때 정치와 경제 부문에서 대형사건이 터지곤 했다. 전 · 현직 고위 정치인에 대한 정치자금 관련 수사는 1차적으로 터질 수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급부상한'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건은 여전히 살아있는 뇌관이다. 대우조선해양 비자금 사건과 연계된 정치권 연루도 수사대상이다. 방위사업 비리와 지방예산 비리, 지역토착 비리도 여전히 수사 중이다. 일반 기업 비리도 대형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역대 총장 재임시절치고 대형 기업 관련 사건이 터지지 않은 적이 없다. 증권가 개미들을 울리는 코스닥 비리도 수사대상이다. 최근 코스닥시장에는 우회상장 등의 수법을 통해 기업의 알맹이를 다 빼먹고 부도를 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김 총장 취임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것도 사정수사의 폭이 넓어지고 강해질 것을 암시한다. 한 대검 관계자는 "(김 총장 또한) 중수부가 내는 성과를 통해 퇴임 전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 싶어하고,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향후 특별수사 방향에 대한 논의와 일선 검찰의 상황 점검시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유형의 수사상황과 수사대상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일선 검찰이 일제히 수사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