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신용등급엔 소득ㆍ재산정보 반영 안돼… 연체금 갚아도 5년 지나야 관련정보 삭제

신용에 대한 오해와 진실
H2면에서 '신용지식 및 신용생활 진단테스트'를 해봤다. 아주 상식적인 질문이지만 답변하는 건 의외로 간단치 않았다. 다음은 질문에 대한 답변에 따라 살펴본 신용지식 및 신용생활 수준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신용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신용관리를 위해 실천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적다. '내 신용은 좋은데 왜 신용대출한도는 적냐'는 식으로 막무가내인 사람이 상당하다. 잘못 알려져 있는 신용에 대한 오해를 짚어보고 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살펴본다. ◆CB사마다 신용등급 달라

개인 신용평가(CB)회사들은 금융회사로부터 수집한 금융거래정보 및 통신회사 및 유통회사 등으로부터 전달받은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채무불이행과 유의성이 있는 항목으로 구성된 통계 모형을 만들어 신용등급을 산출한다. 즉 대출금액 대출건수 연체금액 연체건수 신용거래기간 등 수많은 항목 중 부도와 연관된 정보 항목만을 추출,신용평가 모형의 변수를 정하고 이 변수의 비중과 값에 따라 신용등급을 최종 결정한다. 이에 따라 해당 변수의 비중을 회사에 따라 다르게 설정한다면 정보가 같더라도 신용등급의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회사별로 등급을 나누는 구간이 다른 점도 등급 차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가령 A사의 경우 850점부터가 1등급이지만 다른 회사는 910점부터가 1등급이다. 이처럼 신평사에서 제공하는 신용등급이 다르기 때문에 신용거래를 하는 개인들을 다각적인 측면에 분석할 수 있다. 또 어느 한 회사의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다른 회사의 신용등급이 높으면 이를 근거로 추가 심사를 통한 기회 확대가 가능해진다. ◆신용등급은 참고자료일 뿐

금융회사들이 대출이나 카드 발급 등 심사를 할 때 CB사가 제공하는 신용정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다. 신용등급은 통계적 모형에 따른 확률값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을 보면 신용 판단이 틀릴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일정한 부도율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신용등급은 개인의 신용도를 판단하는 데 하나의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특히 신용등급에는 소득이나 재산,직장 등 신용능력을 나타내는 정보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은행 카드사 등 각 금융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거래정보와 개인들로부터 직접 수집한 정보(예를 들면 소득 재산 직장 등)를 함께 고려해 대출 승인이나 카드발급 여부 등을 결정한다. ◆5년간 연체정보 보존

연체 대금을 다 갚았다고 해서 그 즉시 신용등급이 오르지는 않는다. 연체한 사실을 나타내는 연체 기록이 일정 기간 보존돼 신용도 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연체 정보는 10만원 이상,5영업일 이상 연체가 발생될 경우 금융회사에 공유된다. 아울러 신용정보법에 따라 상환일로부터 5년간 신용평가에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5년 동안 똑같이 일정한 가중치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도 약화되며 5년이 되는 시점에 삭제된다. 이 같은 이유로 연체가 발생하면 그 즉시 신용평점이 바로 떨어지지만 연체가 종료되더라도 떨어진 신용평점이 바로 올라가지는 않는 것이다.

◆거래실적 없으면 신용등급도 낮아신용에 대한 판단은 기본적으로 금융거래 실적,즉 신용거래 기록이다. 신용거래 기록은 신용거래기간 대출상환이력 이자납부실적 카드사용실적 등을 말한다. 거래할 때마다 새로운 정보가 등록되고 변경되며 신용평가에 활용된다. 따라서 신용거래를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신용등급을 받기 어렵다. 특히 신용거래기록이 전혀 없거나 미미한 사람들의 경우 중간 등급으로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세금 건강보험 연금정보 등 다양한 공공기록 정보들을 신용평가에 활용한다.

◆소액 카드 현금서비스는 괜찮아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자체가 바로 신용도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는 소액 신용대출과 같은 의미로 대출항목으로 분류된다. 그렇기 때문에 카드론을 받았다 해서 바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대출이 있거나 갑작스럽게 카드론이 늘어나거나 할 경우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또 과거 연체경험이 있거나 대출 한도가 대부분 차 있는 경우 특히 대환론인 경우라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밤늦게 택시비가 필요해 소액의 현금서비스를 쓰는 정도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도 오랜 기간 연체 없이 사용할 경우 신용등급 향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용등급 변화는 점진적으로

신용평점 및 등급은 현재까지의 신용 거래를 종합 평가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집을 사거나 긴급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는 등 신용거래가 발생하고 이어 신용상태가 변화하면서 개인의 신용평점 및 등급도 달라지게 된다. 시간 흐름에 따른 동일 등급 유지율을 살펴보면 △3개월 74.3% △6개월 62.6% △1년 50.4% 등으로 나타났다. 1등급 차이인 경우에는 △3개월 95.9% △6개월 91.8% △1년 85.1% 등으로 더 높다. 즉 3개월 내 1개 등급 차이로 신용등급이 변화하는 비율은 4.1%에 불과하다.

◆소득은 신용등급과 직접 관련 없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CB사의 신용등급에는 소득이나 재산과 관련된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다. 즉 개인의 경제활동의 패턴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소득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건전한 신용생활(카드 결제 및 대출이자 납부 등)을 하고 있는 사람은 신용등급이 높고 신용등급이 계속 올라갈 수도 있다. 반대로 소득 수준이 높더라도 자주 연체를 하는 사람은 신용등급이 낮게 나오게 된다.

◆500만원 이상 세금 체납시 신용등급 하락

법원의 심판 · 결정,조세 · 공공요금 등의 체납,주민등록번호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정보를 공공 기록정보라고 한다. 국세 지방세 관세 등을 500만원 이상 체납하면 공공 기록정보로 등록돼 신용등급 산정에 활용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고 체납액이 500만원 이상인 경우 또는 1년에 3회 이상 체납하고 체납액이 500만원 이상인 경우가 해당된다.

◆가족 구성원의 신용도와는 무관해가족이라 할지라도 가족 구성원의 신용도가 자신의 신용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각 금융기관에서 대출,신용카드 발급 심사 등에 이용된 개인의 신용평가 자료는 개인의 금융거래 이력과 제출된 신상정보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것이다. 이 때 가족의 신용은 참고자료로 활용되지 않는다. 개인의 신용보고서는 해당 개인과 관련된 정보만을 바탕으로 작성된다.


김정인 KCB 연구소장 jikim@kcb4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