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값 넉 달 새 2배 이상 급등…파동 조짐

작황 나빠 올 생산량 24% 줄어…20kg 도매가 12만원대 첫 돌파
중국산 폭등…투기세력까지 가세, 김치·요식업체 등 수익성 비상
마늘 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20㎏ 상품(上品 · 난지형) 도매가격이 처음으로 12만원대를 돌파했다. 평년 가격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생산량 부족에다 투기세력까지 가세하면서 빚어진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비축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국산 마늘 값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중국산 마늘마저 작년 초 대비 10배 이상 폭등,민간 기업의 수입도 극히 부진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 6000원대인 마늘 값이 단경기인 오는 11월께는 7000~8000원대까지 뛰어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깐마늘 및 김치업체,요식업체 등은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마늘 값 1년 새 170% 상승

31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부산 등 주요 대도시에서 거래된 난지형 마늘 상품 20㎏은 12만6000원으로,8월 한 달 동안 21.8% 뛰었다. 이는 올 들어 138.6%,1년 전과 비교하면 179.7% 오른 가격이다. 최근 5년 평균을 기준으로 하는 평년 가격(4만787원)에 비해서는 208.9% 비싼 수준이다.

제주도 등에서 출하되는 고품질의 마늘 가격은 이보다 더 비싸다. 이날 서울 가락시장에서 경매에 부쳐진 난지형 마늘 상품 1㎏ 최고 가격은 6500원에 달했다. 지난해 이맘때 ㎏당 2000원대 초반에 경락되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1983년 농수산물 가격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 시세"라며 "사상 최고가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경작지 감소에 중국 마늘값도 급등

마늘 파동이 빚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올해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마늘 생산량은 27만2000t으로 작년보다 24% 감소했다. 마늘 재배면적이 작년에 비해 15% 줄어든 상황에서 올 상반기 일기 불순으로 마늘 생육 상태가 크게 나빠진 데 따른 것이다.

수입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마늘 값이 이상 기온으로 폭등한 것도 마늘 파동의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산둥성 일대 마늘 가격이 최근 ㎏당 16위안(약 2770원)으로 급등,1년8개월 만에 11배 넘게 올랐다. 김치업체 관계자는 "마늘의 일반 관세율이 350%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 가격으로 중국 마늘을 수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투기세력이 가격 상승 부추긴다"

'종가집' 김치 생산업체인 대상FNF 관계자는 "농협을 통해 마늘을 구매해 간 사람들 중 새로운 인물이 적지 않게 등장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마늘 값 상승을 노린 투기세력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경남 창녕에서 깐마늘 공장을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체감으로 느끼는 마늘 부족물량은 통계치(24%)보다 훨씬 높아 50%를 넘는다"며 "출하물량 상당 부분이 투기세력의 저장창고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도 가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저율(50%)의 할당관세로 마늘을 수입할 수 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가 갖고 있는 마늘은 4000여t에 불과하다. 이는 200여개 깐마늘 업체가 필요로 하는 1주일치 물량에도 못 미친다. 8월 초로 예정됐던 1만여t의 수입도 계속 늦어지고 있어 연말 김장철엔 20㎏짜리 가격이 15만원을 웃돌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