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매각…'우리' 잰걸음 '하나' 정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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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분매입해 줄 기관 타진…하나, 합병으로 경영권 인수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둘러싸고 당사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57%를 거래기업 등이 5~10%씩 분산해 매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하나금융지주는내부적으로 자금조달 방안과 합병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은행을 인수하려는 부산은행은 메릴린치를 인수자문사로 선정했다.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인수의지를 가진 지역상공인들도 정부를 접촉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다른 전략 내걸고 물밑 전쟁
경남은행 노리는 부산銀, 자문사로 메릴린치 선정
지역 상공인들도 인수전 가세
◆우리,기업 등 통해 6조원 유치계획우리금융은 최근 민영화 업무를 지주 차원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종전에는 지주 산하의 경영연구실이 민영화 업무를 전담했지만 이를 지주 조직 전체로 확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31일 "지주 임원회의에서 논의하고 청사진을 짜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57%를 국내 거래기업,연기금,외국계 투자자,임직원 우리사주조합 등이 분산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예보 지분을 각각 5~10% 인수할 경우 과점주주체제로 민영화할 수 있다는 게 우리금융의 생각이다.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약 10조8000억원(31일 기준)이다. 예보 지분 57%를 시가로 환산하면 약 6조1560억원이다. 우리금융은 이만한 돈을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우리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로 신한금융지주(1.2배)는 물론 중국은행 평균(2.0배)보다 한참 낮을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며 "민영화된 우리금융의 성장과 주가 상승 등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을 유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겉으론 조용하지만…
하나금융은 겉으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리지도 않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수 · 합병(M&A)이라는 게 공개적으로 떠든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며 "지금은 조용히 가다가 우리금융 매각공고가 나는 시점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대주주 등을 통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예보지분 57% 중 30%가량을 대주주와 재무적 투자자들이 먼저 사들인 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을 대등 합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하나금융은 '김승유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여서 특혜시비가 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누가 인수하든 우리금융 M&A에는 장애물이 상당히 많다"며 "누구에게 인수시키려 한다고 해도 그대로 되지 않고 향후 책임 문제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부산 · 대구은행 · 지역 상공인들도 분주부산은행은 경남은행 인수를 위해 최근 메릴린치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했다. 메릴린치는 부산은행에 인수 자문을 하기 위해 외국계 투자은행(IB) 중 유일하게 이번 우리금융 매각 자문사 선정에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구은행은 외국계 IB 서너곳으로부터 민영화 관련 자료들을 받아 본격적인 전략 검토에 들어갔다.
광주 · 전남지역과 경남지역 상공인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광주 · 경남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각각 4400억원,35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광주 · 경남은행은 투입된 공적자금에 은행 이자를 붙이는 수준의 가격으로 지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금융위와 예보에 주장하고 있다. 지역 상공인들은 해당 지역에 공장이 있거나 연고가 있는 대기업들에 인수에 참여할 것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형/안대규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