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효과 이어가자"…그룹 출범 10년맞아 勞使 대타협

기아차 20년만에 무파업
2일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완성차업계 24년만에 무파업
기아자동차 노사가 31일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을 20년 만에 무파업으로 타결지은 것은 하루속히 교섭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올해 임금협상을 끝내지 못한 유일한 기업이었다.

특히 최대 현안인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문제를 노조 양보를 통해 법대로 처리하기로 합의,현대자동차 등 협상을 앞두고 있는 다른 대형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측은 '원칙대응' 끝까지 고수

기아차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지난달 11일이었다. 당초 교섭을 개시할 예정이던 5월보다 3개월 여 늦어졌다. 협상장에서 타임오프 문제를 논의할지 여부를 놓고 양측 간 이견이 엇갈렸다.

사측은 수 차례에 걸쳐 전임자 등과 관련한 별도 단체교섭을 열자고 요청했지만,노조는 임단협의 틀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임단협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즉각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주말 특근에 이어 평일 잔업까지 거부하며 반발했으나 사측은 오히려 전임자 204명에 대해 즉각 무급 휴직처리하는 한편 그동안 관행적으로 제공해온 전임자 차량과 숙소 등을 환수했다. 새 노사관계법이 지난 7월부터 발효됐기 때문에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조합원들은 전임자 임금 문제로 노사 교섭이 파행을 맞는 데 대해 부정적이었다. 현장조직인 기아노동자연대(기노련)는 소식지를 통해 "타임오프를 수용하는 대신 금속노조가 매년 가져가는 37억원과 노조 자체의 수익사업을 통해 전임자 임금을 보전해주면 된다"며 "타임오프를 명분으로 파괴적 노조활동을 하면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합원 1인당 2000만원가량 지급이번 협상 타결로 기아차 조합원들은 한꺼번에 1900만~2000만원의 목돈을 쥘 수 있게 됐다. 사측이 파업하지 않을 경우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기아차는 우선 기본급을 7만9000원씩 일괄 인상하기로 했다. 성과일시금 명목으로 통상급의 300%에다 500만원의 현금을 추가로 주기로 했다. 이 중 300만원을 추석 이전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기아차 주식 120주도 지급하기로 했다. 30일 종가(3만800원) 기준으로 약 370만원어치다. 또 내년부터 승진하는 일반직 대리 초임을 5만원 올리기로 했다.

사측은 이와 별도로 사회공헌기금 5억원을 출연하고 현대차와 같이 전 직원에 대해 '고용보장 합의서'를 써주기로 했다. 주간연속 2교대제 근무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노사는 하루 '8/8+1 근무제'(2개 조가 낮시간을 중심으로 하루 8시간씩 근무하되 잔업 1시간 추가하는 형태)를 기본으로 하며,내년 6월까지 세부 시행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2일 찬반투표 관건… "찬성 가능성"

관건은 2일로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될 수 있느냐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찬성'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번에 부결될 경우 추석 전 타결이 불투명할 수도 있어서다. 1일 현대 · 기아차그룹 출범 10주년을 앞두고 노사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종 가결되면 국내 완성차 업계가 1987년 현대차와 쌍용차 노조 설립 이후 24년 만에 무파업으로 협상을 마무리짓는 새 기록도 세우게 된다. 노조 집행부는 가결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전임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21명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선 조합회비를 올려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