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륵과 함께 나눈 지혜·성찰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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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피는 꽃이 있으랴 | 강영희 지음 | 아니무스 | 208쪽 | 1만2000원'남보다 작아지려면/그이를 좋아하면 됩니다//잘 아시잖아요/누군가를 좋아하면/정말로 누군가를 좋아하면/그이의 새끼손가락보다 작아지고/그이의 손톱보다 작아진다는 것을…(하략)'('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부분)
역사와 문학,영화학을 두루 공부한 문화평론가 강영희씨는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 있는 '오수리 석불'(시도유형문화재 제86호)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 《그냥 피는 꽃이 있으랴》는 강씨가 전국의 마을에 있는 동네 미륵을 찾아다니며 나눈 이야기를 짧은 시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그림을 곁들인 책이다.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의 기쁨과 슬픔,분노와 넋두리를 들어줬던 미륵들은 지금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성찰의 여유를 안겨준다.
'용서하고 용서하라//살아서 용서하라/죽어서 용서하라/번번이 용서하라/웃으며 용서하라//아무도 이루지 못한 마음/당신도 이루지 못한 마음//억만년 지나서 돌아와/이 자리에 다시 선다면/오래 전에 남겨진 마음은/썩은 거름더미 되리니'('자신을 용서하시게' 전문)
저자는 미륵의 입을 빌려 삶을 위로하는 지혜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기,복을 받으려고 하소연하기보다 기다리기,미련 곰탱이처럼 지극하게 정성을 들이기….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