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살인자와 붓다의 경계에 놓인 인간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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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해부학 | 마이클 스톤 지음 | 허형은 옮김 | 다산초당 | 642쪽 | 2만8000원정신의학자 겸 범죄심리 전문가인 마이클 스톤 컬럼비아대 교수는 1993년 22개 단계로 구성한 '악의 등급표'를 발표했다. 그는 강간살인,연쇄살인 등 600여건의 흉악범죄를 분석하고 교도소와 법무병원에서 직접 가해자들을 인터뷰한 다음 가해자의 악의와 고의성,사전계획 여부,고문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겼다.
'정당화할 수 있는 살인'을 가장 낮은 단계의 '악'으로 규정한 이 등급표에서 범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는 9단계,'고문이 주요 동기가 되는 사이코패스적 고문 살인자'가 22번째인 '최악(最惡)'의 자리를 차지했다. 《범죄의 해부학》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악하다'고 딱지를 붙이며 뭉뚱그려 놓은 사건들을 사회학 · 유전학 · 신경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주로 미국에서 발생했던 범죄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사건의 공통점과 등급별 특징을 세분화해 범죄를 줄일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범죄를 '가난과 불행한 환경의 산물'로 단순화시켜선 안 된다고 말한다. 흉악범죄의 원인은 사회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유전적 형질,정신질환,뇌 및 신경계의 변형 등 여러 요소와 연관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고난 악인은 없다는 것인가. 저자는 '모든 인간은 살인자와 붓다 사이에 팽팽히 놓여 있는 밧줄'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결국 범죄란 동물의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만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