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 최고의 발명품 '도시'로 떠나는 문명의 흥망 탐험

위대한 역사도시 70 | 존 줄리어서 노리치 엮음 | 남경태 옮김 | 역사의아침 | 304쪽 | 4만4000원
도시의 지나친 팽창은 환경파괴,자원고갈 등을 촉진시켜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도시는 주변 농촌의 인구를 유입시켜 농촌을 공동화하는 데다 현대의 도시적 생활방식은 전통적 농경사회와 달리 식량,에너지,자원 등을 필요 이상으로 소비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도시와 도시화를 비판하고 걱정하는 것이 늘 온당할까. 도시의 역사를 보면 도시는 인간이 창조한 최고의 발명품이요,인류문명의 핵심이다. 사냥감을 쫓아 끊임없이 이동하며 유목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이웃과 가까이 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8000년께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농경은 지속적인 정주 생활과 더불어 협동을 필요로 했기에 경작지 부근에 집을 지어 모여 살면서 건축이 생겨났고,점차 큰 공동체가 자리 잡았다. 제사를 지내는 신전,지배계층이 거주하는 궁궐,농산물을 보관하는 창고,한데 모여 쉴 수 있는 목욕탕이나 방어용 성벽이 만들어졌다. 작은 마을은 더 큰 촌락으로 발전했고 그중에서도 크고 중요한 곳은 도시가 됐다.

특히 강은 농업용수를 제공하고 중요한 교통로를 제공하면서 도시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인류 최초의 도시문명이었던 메소포타미아의 우루크를 비롯해 모헨조다로,니네베와 바빌론,고대 이집트의 양대 도시인 멤피스와 티베 등이 그랬다. 도시는 농경을 기반으로 탄생했고 인류 역사와 문명,문화를 견인해왔다.

《위대한 역사도시 70》은 역사상 중요한 위치와 의미를 갖는 세계의 도시 70곳을 골라 도시의 형성 과정과 특징,독특한 문화유산,번영과 몰락의 과정을 보여준다. 50여명의 학자와 작가,역사가들이 들려주는 도시 이야기와 300여장의 사진이 실감을 더한다. 세계 최초의 도시 우루크와 모헨조다로,히타이트 제국의 근거지였던 하투샤,네부카드네자르와 공중정원으로 유명한 바빌론 등의 고대도시와 마야문명의 온상이던 티칼,동방의 그리스도교 수도이던 콘스탄티노플,당나라 수도 장안,에스파니아의 빛나는 아랍문명을 간직한 코르도바 등과 같은 기원후 1000년까지의 도시들,크메르의 앙코르와 이집트 카이로,지중해의 베니치아 등 도시를 따라가며 인류 문명의 깊이를 탐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원전 3000년 무렵 인구 3만~5만명이 살았을 만큼 번창했던 우루크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이루는 삼각주의 북쪽 강변,지금의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300㎞쯤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칼리프 왕조의 수도였던 바그다드는 중세 이슬람 세계에서 지적 활동의 중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상업의 중추이기도 했다. 부와 사치품이 넘치는 바그다드 시장은 바로 《천일야화》를 낳은 원천이었고 세계 각지에서 온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과 금융거래의 중심지였다.

르네상스 운동이 시작된 피렌체,중세 고딕도시부터 반종교개혁 시대의 바로크 도시까지 역사를 따라 변화한 전모를 간직하고 있는 프라하,당나라 수도 장안(현재의 시안) 등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현무암으로 만든 함무라비 법전,수도를 통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운하를 묘사한 니네베 석판의 부조,고고학자들이 아우구스투스 저택 밑에서 발견한 화려한 장식의 동굴 유적 등도 흥미를 자아낸다. 중국의 시안 · 베이징 · 상하이,일본의 교토와 도쿄,인도의 아그라,싱가포르를 세계의 역사도시 70곳에 포함시키면서 한국의 역사도시는 하나도 주목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