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 매물로 나왔다
입력
수정
英 사모펀드 '3i'서 눈독실적 둔화와 시장 점유율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2위 햄버거 체인 버거킹이 급기야 매물로 나왔다. 영국의 사모펀드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년 만에 주인 또 바뀔 듯
영국의 사모펀드 3i그룹이 몇 주 전부터 버거킹 인수를 위해 버거킹홀딩스와 논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3i그룹 외에 다른 사모펀드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가 성사되면 2002년 미국의 사모펀드 등에 팔린 버거킹은 새 주인으로 또 사모펀드를 맞이하게 된다. 3i그룹은 96억파운드(약 17조5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벤처캐피털 회사로 유럽과 아시아,북미 등 12개국에 지사를 운영 중이다. 버거킹과 3i는 모두 이번 인수 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앞서 TPG 베인캐피털 골드만삭스 등 사모펀드와 투자은행 등은 2002년 영국 주류업체 디아지오로부터 15억달러에 지분 32%를 인수했다. 2006년 뉴욕증시에 상장된 버거킹의 시가총액은 22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75개국 이상에서 1만20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버거킹의 회계연도 기준 4분기(4~6월) 순익은 4900만달러(5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매출도 1% 줄어든 6억2300만달러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햄버거 판매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엔 맥도날드와의 매출 차이가 5배에 그쳤지만 2년 만에 10배로 벌어졌다.
버거킹은 체인점 확장 등 공격적인 전략으로 1위를 차지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버거킹의 최대 고객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10~30대 남성"이라며 "커피와 브런치 세트 등 다양한 메뉴 포트폴리오를 선보이는 맥도날드와 달리 햄버거에만 주력하는 버거킹의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햄버거의 주원료인 쇠고기와 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버거킹에는 큰 부담이다. 올초 미 동부지역의 한파로 쇠고기 가격이 크게 오른 데 이어 최근 러시아 가뭄 여파로 밀 가격까지 치솟았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