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사업비 남아도 보험료 인하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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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만 차익 2조 규모생명보험사들이 예정 사업비를 과다 책정해 막대한 차익을 거두면서 정작 보험료 인하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보험상품의 사업비 공시를 한층 강화키로 했다.
금감원, 관련공시 강화키로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22개 생명보험사가 2009회계연도(지난해 4월~올해 3월)에 올린 당기순이익은 2조4500여억원에 달했다. 보험사들은 국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보험 영업이 호조를 보인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사업비 차익은 2조원에 이른다. 사업비는 계약자가 낸 보험료 가운데 보험계약의 체결,관리 등 보험사 운영에 필요한 여러 경비에 사용하기 위해 떼가는 돈이다. 사업비 차익이란 보험사들이 예정했던 사업비보다 실제 쓴 사업비가 적어서 생기는 이익을 말한다. 예를 들어 10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2만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1만원의 비용이 지출됐다면 보험사는 1만원의 사업비 차익을 얻게 된다.
논란은 여기서 발생한다. 보험사가 전년에 1만원의 사업비 차익을 얻었다면 다음 해 보험료를 낮춰 계약자에게 9만원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인하하지 않은 채 사업비 차익을 그대로 챙겼다. 작년 생보사들의 예정 사업비는 14조여원이었다. 보험사들은 이 중 14%에 달하는 2조원을 사업비 차익으로 남겼다. 사업비 차익 중 절반 정도는 순이익으로 이어졌다.
김창호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생명보험사들은 2000년 이전 확정 고금리 상품 판매로 인한 손실을 사입비 차익을 통해 메우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가 예정 사업비의 10%를 훨씬 넘는 돈을 이익으로 떼간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보험사들의 사업비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보험료에 포함된 사업비 및 위험보험료 등의 공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공시지침을 개정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연금보험 양로보험과 같은 금리연동형 저축성 보험에 들어 있는 보험사의 사업비가 금액으로 표시돼 공시된다.
지금까지는 저축성 보험의 보험료에 포함된 사업비가 다른 보험사의 비슷한 상품들에 비해 얼마나 많고 적은지의 비율만 공시돼 정확한 사업비를 알기 어려웠다. 지침이 개정되면 보험 가입자는 보험계약 체결 비용(신계약비),계약 관리비용(유지비 수금비) 등 사업비 세부내역과 계약해지 때 공제되는 금액,위험보장 비용(위험보험료) 등을 상시적으로 보험회사와 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의 경우 사업비를 금액으로 표시하지는 않지만 다른 회사의 비슷한 보험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얼마나 비싸고 싼지가 퍼센트(%) 방식으로 공개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