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민주당의 이중잣대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80억원의 학교공금 횡령 혐의로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있는 자당 소속 강성종 의원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문제만 나오면 입을 굳게 다문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밤 늦게까지 이어진 워크숍에서 4대강 사업 반대와 함께 사학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또 청문회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조현오 경찰청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그렇지만 또다른 쟁점인 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강성종의 '강'자도 안 나왔다"고 했다. 평소 기자들에게 똑부러지게 답해줘온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좀 더 두고보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나라당이 원칙대로 처리하자고 압박하는 데도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동료의원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지만,민주당이 청문회 과정을 통해 보여준 자세와는 너무 상반된다. 강 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는 민주당이 강조하는 '학원비리 근절'과 무관치 않은 사안이다. 법무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요구안의 핵심내용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즉 학교 공금 80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면 국회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인정받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특정 정당이 반대하는 한 표결이 쉽지 않다. 방탄국회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민주당은 이미 3월과 5월,7월에 국회를 소집한 바 있다.

당 내부에서조차 "어차피 당 차원에서 대놓고 '처리 반대'를 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왜 원칙대로 하지 못하냐","내가 하면 로맨스,남이 하면 불륜이냐","내부 단속조차 못하면서 국정감사 때 어떻게 고위 공직자와 정부의 문제점을 샅샅이 파헤칠 수 있겠나"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민주당이 채택한 결의문에는 "우리는 사학비리 개혁의 시금석이 될 상지대 비리이사 선임을 반대한다. 즉시 바로잡지 않을 경우 사학비리 국정감사는 물론 교육과학기술부의 묵인 행태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시정조치에 나설 것을 결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민지혜 정치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