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없이 문 연 야간옵션 시장 '썰렁'

첫날 19건, 둘째날 5건 거래 그쳐
호가도 제공안돼 투자자 외면
코스피200 지수옵션의 야간 거래가 시작됐지만 거래가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에 필수적인 호가 정보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때가 많은 데다 한국거래소와 업계가 제대로 준비를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옵션 야간 거래가 개시된 지난달 30일 거래량은 19계약,거래대금은 130만원에 그쳤다. 둘째날인 31일은 5계약(42만3000원)으로 더 줄었다. 지난해 11월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연계한 코스피200 지수선물의 야간 거래가 첫날 323계약(340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부진하다. 옵션 야간 거래는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에 코스피200옵션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일물 선물을 상장해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내 증시가 마감한 후에도 파생 거래를 통해 위험 관리와 차익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A증권사 연구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선물 · 옵션 야간 거래량은 주간의 10~15%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세계 최대 수준인 국내 옵션 거래량을 감안하면 아무리 초기라도 거래가 예상 외로 부진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와 업계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거래소가 코스콤과 업계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B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야간 옵션을 거래하는 10여개 증권사 중 개인투자자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 정도"라며 "국내투자자는 거래에 필수적인 호가 정보마저 알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거래소 측은 회원사에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지난 6월로 예정됐던 옵션 야간 거래를 3개월 늦춘 만큼,증권사의 '마켓 메이킹'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대표적인 증권전산시스템인 코스콤의 체크 단말기에서도 호가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참여 증권사 중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파생상품 영업을 하는 곳은 절반 정도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야간 선물과 달리 해외 계좌를 하나 더 개설해야 하고 실물 인수 · 도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적인 문제도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일부 증권사는 이달 만기일(9일)을 계기로 홍보와 시스템 마련 등 본격적인 거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