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미국 경제의 더블딥 대비할 때

인위적 부양 한계…지표 악화
한국, 감세·규제 완화 나서야
최근 최대 이슈는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가능성이다. 1930년대 대공황이나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6%로 예상치 2.4%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 7월 실업률은 9.5%로 지난해 12월의 10%보다는 하락했지만,4.5%였던 2007년 초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를 보였다. 게다가 미국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규 주택과 기존 주택의 거래가 크게 줄어 지난 7월 신규 주택 거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기존 주택 거래 건수는 1995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오스트리안 경기변동 이론에 비춰보면 미국의 경기침체는 장기화될 것 같다. 오스트리안 경제학에서 경기변동은 저축과 투자의 불일치로 인해 일어난다.

저축과 투자가 불일치되는 이유는 정부의 인위적인 통화정책 때문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신용이 과다하게 팽창해 잘못된 투자가 증가하고 소비가 늘어난다. 이러한 투자와 소비 증가로 일시적인 호황이 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제에 저축해 놓은 자원이 적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투자된 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생산이 축소되고 실업이 증가해 불황에 빠진다. 그 대표적인 경기변동이 1930년대 대공황과 1990년대 말 닷컴 버블,그리고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다. 최근 일본이 겪고 있는 장기 불황 역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오스트리안 경제학의 불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인위적인 호황 기간 동안 일어난 잘못된 투자가 청산되도록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고통이 따른다. 만약 그 고통을 겪기 싫어 정부가 다시 개입해 금리를 낮추거나 정부 지출을 늘리게 되면 일시적으로 경기가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다시 경기는 침체에 빠지고 불황이 장기화된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고통을 감내하는 대신 저금리 정책과 정부지출 증가를 통해 경기를 끌어 올리려고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유보시킨다.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말처럼 "불황이 규칙적으로 재발하는 것은 시장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정부 정책의 필연적인 결과"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더블딥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미국이 다시 경기침체에 빠지면 세계 경제가 동반침체에 빠져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부 충격에 의한 경제위기는 대부분 외환시장으로부터 온다. 1997년과 2008년 금융위기 역시 외환시장에서 비롯됐다. 급격한 외자 이탈로 인해 유동성 부족으로 금융위기를 겪은 것이다. 따라서 외부충격에 의한 금융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외국자본의 이탈에 대비해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는 등 외환시장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

한편 실물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 기반은 정부 지출이 아닌 민간의 경제활동이다. 민간의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감세와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최근 '친서민정책'이란 이름으로 이러한 기조가 퇴색해가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에 대비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과감한 감세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 대학원장ㆍ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