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카지노경제와 일자리

지난 6월 취재차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샌토사섬에 있는 카지노를 방문한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 켄팅그룹이 34억달러를 투입해 지은 곳으로 13개호텔(3500개 객실)과 2개의 골프장이 딸린 리조트,유니버설스튜디오 요트장 수영장 호화주택이 들어서 있다. 도덕국가인 싱가포르에 카지노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 카지노가 1만여명에 가까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싱가포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가이드의 얘기를 듣고는 "우리도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지난 3월 이 카지노가 들어선 후 경제에 탄력이 붙어 2분기 경제성장률이 19.3%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는 1975년 이후 3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카지노는 이제 도박산업의 수준을 넘어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카지노는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회의도 갖고,게임도 즐기고,휴식도 취하고,전시회도 할 수 있는 다용도 시설을 갖춘 종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슬롯머신과 블랙잭 룰렛 등 게임만을 위한 카지노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국제회의,전시이벤트,위락시설,골프장,리조트 개념을 합한 대단위 시설을 갖춰야 카지노로서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지금 세계는 카지노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 아시아에선 마카오가 카지노 종주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굳힌 상태이고 여기에 싱가포르가 새로 카지노 시장에 발을 디딘 형국이다. 일본과 베트남,캄보디아 등에서도 카지노산업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미국에서도 주마다 카지노 허용을 검토 중이다. 지금 우리 정부의 핵심 화두는 일자리창출이다. 하지만 사회적일자리 희망프로젝트 등 저임의 일시적 일자리를 쏟아내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이제 혁신적인 마인드를 갖고 과감히 카지노 산업에 투자할 때다. 카지노는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 싱가포르에서도 사행심을 조장하고 폭력과 도박중독자,마약범죄 등을 양산한다는 반대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를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 고문장관이 물리쳤다. 그는 지난해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은 변했다. 우리가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투자책을 갖지 않으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국가경제를 위해선 실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의 이웃에는 경제가 계속 팽창하고 있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이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함께 많은 돈을 벌었고 이제 어떻게 쓰고,어떻게 즐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 돈 많고 도박산업을 즐기는 고객이 마음껏 쓰고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서해벨트 어디쯤에 만든다면 어떨까. 우리경제는 고용없는 성장의 덫에 걸려 있는 상태다. 갈수록 일자리의 질은 악화되고 있고 경제의 탄력은 줄어들고 있다.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 컨벤션 센터와 골프장,놀이동산,리조트 등을 합한 대단위 카지노가 들어선다면 급팽창하는 중국의 중산층뿐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의 갬블러들도 몰려들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불법 사행산업 시장은 8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 등 외국 카지노로 빠져나가는 액수도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돈을 국내 카지노 산업으로 유도하고 외국자본까지도 끌어들인다면 세수도 늘고 이를 통한 일자리 복지도 늘어날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