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직원 2명이 261억원 횡령…코스닥기업 수성, 워크아웃 신청

직원들이 거액을 횡령해 멀쩡하던 코스닥 상장사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까지 몰고 갔다.

인천에 있는 특수기계 생산업체 수성은 3일 261억원에 이르는 임직원의 횡령으로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횡령 금액은 이 회사 자기자본(414억원)의 63%에 해당하며 올 상반기 매출(127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횡령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직원이 거액을 횡령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해 동아건설에서 자금담당부장이 1898억원을 횡령해 올 7월 2심에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수성의 횡령에도 자금 담당자가 개입됐다. 자금총괄 차장인 박모씨는 2년여 전부터 회사 인감을 도용,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매출채권을 본인이 받는 등의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 박씨는 또 회사 명의로 어음을 발행한 뒤 이를 사채시장에서 할인하는 이른바 '어음깡'까지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리점 대표인 최모씨도 횡령을 돕고 일부 금액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횡령자금을 유흥비,주식 투자 등에 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성은 두 사람을 지난 2일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수성 관계자는 "분기나 반기 결산에서도 드러나지 않아 회사 경영진도 지난달에야 횡령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수성은 횡령 사실을 밝힌 지난달 16일 이후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시가총액은 328억원이며 거래정지 당시 주가는 4000원이다. 1973년 설립된 수성은 전동지게차,청소차,카트 제작 등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소기업청 등에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고 2005년에는 중소기업 경영자 부문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수성은 워크아웃과 관련,일시적 유동성 부족이 생겼을 뿐이라고 밝혔지만 횡령금액이 워낙 큰 데다 회수 가능성도 불투명해 타격이 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확인을 하지 않고 거액을 빌려준 채권은행과 횡령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담당 회계법인의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