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무용론' 속 더 각광받는 새 주가예측 기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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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표준인 '뉴 노멀'이 적용되면서 경기뿐만 아니라 각종 변수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중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주가다. 주가는 매일 흐름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장중에도 오르내림을 반복할 때가 많아서다.
경기나 주가 예측이 틀렸다고 해서 예측 자체가 무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때일수록 정확한 현실 진단과 예측이 요구된다. 요즘처럼 경기와 증시판단이 어려워질수록 세계 각국과 주요 기관들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판단 방안을 고안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특정 지표가 경기와 주가를 얼마나 선행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간단하게 교차상관계수를 구해 보거나 마코브-스위치 모델,카오스 이론,인공신경망 등을 활용해 분석한다. 특히 마코브-스위치 모델은 국면 전환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나라의 경기순환에 있어서 장기선행지수 단기선행지수 동행지수는 순차적으로 움직인다. 평균적으로 장기선행지수는 1년 전에,단기선행지수는 6개월 전에 경기 변동을 예고한다. 최근에는 주가가 경기에 3~6개월 정도 앞서가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선행지수와 단기선행지수는 이르면 각각 9개월,3개월 전부터 주가 흐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증시와 동조화 정도가 심한 미국의 경우 세계적인 경제사이클 연구소인 에크리(ECRI)에 따르면 주택착공건수 기업도산 분담금 등은 장기선행지수에,신규주문건수 주간평균노동시간 등은 단기선행지수에 속한다. 특히 인플레와 관련해 에크리가 개발한 미래물가지수(FIG)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변경할 때 여전히 선호한다. 우리는 어떤가. 그동안 주가선행지수로 많이 활용해 왔던 엔화 환율은 주가에 3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정도가 약화되는 대신 아직까지 미약하지만 갈수록 위안화 환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경제 비중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3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의 경합관계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유가는 코스피지수를 9~10개월 정도 선행한다. 선행 정도가 종전보다 약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높다. 반면 주가에 빨리 반영되는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복합선행지수(CLI)다. 이번 위기 과정에서도 경기 저점이 지난해 2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예고했다.
예상대로 정보기술(IT)지수의 주가선행 정도도 높게 나온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등을 활용,선행성을 구해보면 IT지수는 주가에 3~5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온다. 2006년 이후 선행성이 약화되다 최근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은 IT산업이 증강현실 업종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이 분야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지표보다 우리 주가를 잘 선행하는 해외지표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스프레드는 미국 기업의 실적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반영한다. 최근처럼 미 국채와 회사채 간 스프레드가 축소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대신 기업의 실적이 좋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차상관계수를 이용해 경제신문이 1면 톱에서 다룬 경기 관련 기사의 주가선행 정도를 추정해 보면 3개월 정도로 나온다. 경제신문의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 것만으로도 경기와 주가가 어떻게 흐를 것인지에 대해 감(感)을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그럼에도 주가 예측자들은 지나간 과거를 토대로 예측 모델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델은 현실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주가 변동을 유발하는 복합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 일부 증권사의 주가 예측을 되돌아 보면 모델의 비효율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작 예측이 필요할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주가의 방향이 바뀌고 있거나 게임의 규칙이 변한 뒤에야 비로소 터닝포인트를 알린다며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았다.
증시의 복잡성은 몇 개의 선행지표만으로 포착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한계가 분명해졌고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CRI가 개발한 경기예측 모델이 세계를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 사이클 큐브'라는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었다.
개별 투자자에게는 이런 복잡한 증시 계기판이 필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다르다. 소형차보다 대형차가 훨씬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듯이 증권사들은 증시 사이클 큐브와 같은 다차원적인 예측 모델을 갖춰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고객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경기나 주가 예측이 틀렸다고 해서 예측 자체가 무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때일수록 정확한 현실 진단과 예측이 요구된다. 요즘처럼 경기와 증시판단이 어려워질수록 세계 각국과 주요 기관들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판단 방안을 고안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특정 지표가 경기와 주가를 얼마나 선행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간단하게 교차상관계수를 구해 보거나 마코브-스위치 모델,카오스 이론,인공신경망 등을 활용해 분석한다. 특히 마코브-스위치 모델은 국면 전환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나라의 경기순환에 있어서 장기선행지수 단기선행지수 동행지수는 순차적으로 움직인다. 평균적으로 장기선행지수는 1년 전에,단기선행지수는 6개월 전에 경기 변동을 예고한다. 최근에는 주가가 경기에 3~6개월 정도 앞서가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선행지수와 단기선행지수는 이르면 각각 9개월,3개월 전부터 주가 흐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증시와 동조화 정도가 심한 미국의 경우 세계적인 경제사이클 연구소인 에크리(ECRI)에 따르면 주택착공건수 기업도산 분담금 등은 장기선행지수에,신규주문건수 주간평균노동시간 등은 단기선행지수에 속한다. 특히 인플레와 관련해 에크리가 개발한 미래물가지수(FIG)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변경할 때 여전히 선호한다. 우리는 어떤가. 그동안 주가선행지수로 많이 활용해 왔던 엔화 환율은 주가에 3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정도가 약화되는 대신 아직까지 미약하지만 갈수록 위안화 환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경제 비중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3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의 경합관계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유가는 코스피지수를 9~10개월 정도 선행한다. 선행 정도가 종전보다 약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높다. 반면 주가에 빨리 반영되는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복합선행지수(CLI)다. 이번 위기 과정에서도 경기 저점이 지난해 2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예고했다.
예상대로 정보기술(IT)지수의 주가선행 정도도 높게 나온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등을 활용,선행성을 구해보면 IT지수는 주가에 3~5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온다. 2006년 이후 선행성이 약화되다 최근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은 IT산업이 증강현실 업종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이 분야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지표보다 우리 주가를 잘 선행하는 해외지표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스프레드는 미국 기업의 실적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반영한다. 최근처럼 미 국채와 회사채 간 스프레드가 축소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대신 기업의 실적이 좋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차상관계수를 이용해 경제신문이 1면 톱에서 다룬 경기 관련 기사의 주가선행 정도를 추정해 보면 3개월 정도로 나온다. 경제신문의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 것만으로도 경기와 주가가 어떻게 흐를 것인지에 대해 감(感)을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그럼에도 주가 예측자들은 지나간 과거를 토대로 예측 모델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델은 현실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주가 변동을 유발하는 복합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 일부 증권사의 주가 예측을 되돌아 보면 모델의 비효율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작 예측이 필요할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주가의 방향이 바뀌고 있거나 게임의 규칙이 변한 뒤에야 비로소 터닝포인트를 알린다며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았다.
증시의 복잡성은 몇 개의 선행지표만으로 포착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한계가 분명해졌고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CRI가 개발한 경기예측 모델이 세계를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 사이클 큐브'라는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었다.
개별 투자자에게는 이런 복잡한 증시 계기판이 필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다르다. 소형차보다 대형차가 훨씬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듯이 증권사들은 증시 사이클 큐브와 같은 다차원적인 예측 모델을 갖춰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고객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