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부품대금 1조 추석 전에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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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0여개 협력사에 조기집행현대 · 기아자동차가 1조원가량의 부품 구매대금을 추석 전 조기 집행키로 했다고 5일 발표했다. 추석을 전후해 협력업체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집행 시기를 앞당겼다는 설명이다.
2, 3차 업체 자금전달도 관리
지급 대상은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340여곳과 원자재 등을 납품하는 일반 협력업체 810여곳 등 총 1150여곳이다. 9월에 지급할 구매대금 1조8000억원 중 약 1조원을 예정일 이전에 집행할 방침이다. 현대 · 기아차는 내수용 차량과 관련한 구매대금은 매주 목요일,수출용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과 원자재 구매대금은 매월 12일(기아차는 15일)에 집행해 왔다. ◆"명절만이라도 돈 걱정 없도록…"
회사 관계자는 "1차 협력사들이 받은 납품대금이 추석 연휴 이전에 2,3차 협력사로 전달될 수 있도록 결제일을 예년보다 더 앞당겼다"며 "자금사정이 어려운 200여개 협력사에는 10월에 지급할 대금 중 일부를 한 달 앞당겨 오는 13일 결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 · 기아차는 1차 협력사로 넘어간 자금이 2,3차 협력사로 즉시 흘러갈 수 있도록 별도 관리하는 등 '뿌리산업 경영 안정화'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추석 이후에도 2,3차 협력사들의 경영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부품 대금을 명절 전에 조기에 지급하는 것은 현대 · 기아차의 전통이다. 지난 2월에도 1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설 전에 지급했다. 당시 조기 지급 혜택을 받은 협력사는 현대차 협력업체 981개,기아차 협력업체 850개 등 총 1334개사에 달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도 3월 집행 예정인 협력사 대금 중 300억원과 200억원을 각각 설 전에 지급했다. ◆자립형 혁신중기 육성
현대 · 기아차그룹은 지난 6월 협력회사들과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한 이후 다양한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고 있다. 2차 협력사의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금지급 행태를 조사해 우수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주고,불량 업체에는 개선 권고 및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협력사 간 상생협약 체결도 유도하기로 했다. 1차와 2,3차 협력사가 함께 참여하는 '자동차산업 상생협의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협력사 상생협력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자재 값 인상 부담도 가급적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주물 가격이 급등한 올 상반기에는 2월과 5월,6월 총 세 차례에 걸쳐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올려줬다. 주요 원자재인 철판을 그룹 차원에서 한꺼번에 구입해 1차뿐만 아니라 2,3차 협력사에도 공급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철판 사급제'를 통해 가격 인상에 따른 위험을 자체적으로 흡수,다수의 협력업체가 양질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현대차의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생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협력업체를 원천기술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자립형 혁신중기'로 육성하는 것"이라며 "협력업체에 원자재를 조달하는 체계를 만들고 연구 · 개발(R&D),상생협력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