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양벌규정 없애느라 바쁘네"

헌법재판소는 요즘 양벌조항 때문에 바쁘다. 헌재는 종업원이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때 영업주까지 처벌하는 수산업법 제98조 제2항을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로 위헌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헌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의료법,대부업법,대기환경 보전법,건설산업기본법,저작권법,'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등 8개 법률에 따라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은 모두 각하했다고 같은 날 밝혔다. 이들 법의 경우 양벌 면책조항이 추가되는 등 이미 개정됐고,재판시에는 신법을 적용하면 되므로 구법의 위헌 여부를 가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헌재에는 아직도 양벌규정과 관련된 위헌제청사건 62건이 심리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법원이 위헌제청한 것들이다.

헌재는 앞으로도 기존의 양벌규정 관련 위헌제청이 계속 올라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7년 양벌규정에 대해 헌재가 처음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지난 7월 말 현재 해당 법률 361개 중 306개에 면책조항이 들어가 있다.

헌재 관계자는 "개정된 신법이 있으면 구법에 대해 위헌제청을 할 필요가 없다"며 "그런데도 위헌제청이 계속 올라오니 심리를 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 당사자 입장에선 위헌결정과 각하의 효력은 다르다. 위헌 결정이 나면 소급적용이 가능해져 이미 재판을 받은 사람들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각하의 경우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들에게는 신법이 적용돼 문제가 없지만 이미 재판이 끝난 경우에는 재심 청구가 불가능하다. 이전의 처벌 흔적을 지울 수 없는 셈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