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투자 늘리기 앞서 중장기 건전성 제고부터

정부가 2011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윤곽이 드러났다. 중기(中期) 나라살림 계획인 재정운용계획의 초점은 성장기반 확충과 민생 안정에 맞춰져 있다. 녹색기술과 첨단 융복합 기술 등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서민들을 위해 교육 · 주거 · 의료 지원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계획대로 재정 지출이 이뤄지면 2014년 보금자리주택은 100만호를,육아서비스를 받는 비율은 50%를 각각 넘어서고 신 · 재생에너지보급률도 4%까지 높아진다.

그러나 재정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나라살림을 튼튼히 하는 게 선결 과제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 없이 원하는 곳에 재정을 쏟는 것은 단기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정지출 계획에 낭비적인 요인은 없는지 철저히 심사하고 시혜성 지원으로 고착된 각종 비과세 · 감면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만 신성장동력 산업 등에 지속적으로 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재정운용계획 수립방향 보고서에서 재정지출 증가율을 재정수입 증가율(7%대)보다 낮은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며 건전성 제고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13~2014년 균형 재정을 달성하고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14년까지'30%대 중반 이내'로 낮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우리의 재정 여건은 유럽 등 다른 나라보다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빨리 진행되는 고령화,통일세가 거론될 만큼 현안으로 떠오른 통일비용 부담 등 재정을 위험에 빠뜨릴 요인은 산적해 있다. 단기적으론 친서민정책 바람을 타고 재정 지출이 낭비될 소지가 크고 빚더미에 시달리는 LH공사처럼 공기업 빚이 재정으로 넘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재정위험 요인들을 충분히 감안해 중기 나라살림계획을 짜야 하며 국회도 그같은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심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