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우울증 깊어지는 직장사회

"우리 회사에도 '기러기 아빠'들이 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폐해를 제대로 짚었습니다. " "부장급 같은 '낀' 세대의 정신적 고통은 별로 다루지 않았네요. "

본지가 지난 2일자부터 세 차례 보도한 '우울증 늪에 빠진 직장인' 시리즈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전화,이메일,댓글 등을 통해 관심을 보였다. 정유회사에 다닌다는 A씨는 "회사는 직원들이 먼저 호소하지 않는 이상 직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선제 대응하기 어렵다"며 "우울증 등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인식이 여전해 심리상담실을 몇 개월간 운영하다 찾아오는 직원이 없어 폐쇄했다"고 말했다. 교육업체에 다니는 B씨는 "상당수의 맞벌이 부부들도 정신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데 '맞벌이 성선설(性善說)'에 가려져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임금이나 복리후생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근로자들의 기대수준이 높지 않고 큰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사람을 자르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만족하고 지낸다. "(K염색공장 C대표)

C대표의 지적은 우리 사회가 정신건강에 대해 아직 뚜렷한 잣대를 갖고 있지 않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속성장세를 구가하며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기업들로선 임직원의 정신건강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부도 아직은 직장인 정신건강을 챙길 겨를이 없어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증가하는 노인 치매와 파킨슨병,학업 스트레스에 따른 청소년 자살,임산부 우울증 등 현안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정신질환에 의한 산업재해 판정 같은 사후적 조치는 하지만,선제적인 관리는 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수원 천안 울산 구미 창원 등 대규모 공단지역에서는 정신과 병원이 성업 중이다. 예약해도 사나흘 기다려야 진료를 받아볼 수 있을 정도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심신건강'이라는 말이 있다. 정신건강과 육체건강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마음의 평화가 육신의 질병을 좌우한다는 함의도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 모두가 무릎을 맞댈 때다.

정종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