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안상수 대표의 지역구 걱정

일요일인 5일 오전 10시40분께 한나라당 대변인실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11시 반에 당사 기자실에서 안상수 대표가 기자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니 참석 바란다는 짧은 내용이었다.

일요일에 갑자기 간담회라니….급히 한나라당 당사로 갔다. 그러나 용건은 정치 현안이 아니었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과천시에서 정부 청사들이 모두 빠져 나가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빨리 대책을 세워 달라는 내용이었다. 안 대표는 지난달 20일 발표된 '중앙 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에 관한 고시'를 언급하면서 "정부와 국회는 세종시에 무엇을 담을까만 고민했을 뿐,세종시로 과천시의 중심 기구를 몽땅 이전한 이후 텅 비게 될 과천시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천 시민들은 최근 정부 고시를 지켜 보면서 그에 뒤따라야 할 합당한 후속 대책이 전혀 없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어 "7만명의 시민 중 2만3000명이 후속 대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으며 그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거의 폭발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결론으로 과천이 서울 근접성도 좋고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앞으로 최첨단 연구개발(R&D)과 기업도시로 만들면 좋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안 대표의 용건은 거기서 끝났다. 여러가지 현안 관련 질문이 뒤따랐으나 안 대표는 "오늘은 여기서 그만합시다. 다른 얘기가 더 나오면 과천 얘기가 (언론에) 들어갈 데가 없잖아요"라며 서둘러 얘기를 마무리했다. 안 대표는 집권 여당의 대표이기 전에 지역구(의왕 · 과천) 출신의 4선 의원이다. 당연히 지역구 현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가 세종시 문제만큼 과천시 대책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당 대표가 지역구 문제로 기자실을 찾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 문제를 과연 이렇게 '깜짝쇼'식으로 제기하는 게 맞는지는 생각해 볼 대목이다. 세종시만큼 중요한 문제라면 정부 공식 라인이나 당론 형식으로 문제를 정식 제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간담회 후 기자단에서 '안 대표가 지역 구민들에게 뭔가 보여주기 위해 당 대표 이름으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그래서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