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개미와 코끼리

개미의 역사는 길다. 1억3000만여년에서 1억1000만여년 전 백악기 중반에 출현했다는 게 통설이다. 1966년 미국 하버드대 사회생물학 교수 에드워드 윌슨은 8000만여년 전 호박에 파묻힌 개미 화석을 발견,개미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 중 하나임을 입증했다.

개미가 이처럼 오랫동안 강한 생명력을 유지해온 데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공동체를 형성,서로 분업하고 소통하며 문제 발생시 함께 해결한다는 게 첫째지만,튼튼한 방어벽을 구축하고 서식지의 환경을 바꾸며 다른 종과 공생하는 것도 개체 보존의 주요소로 꼽힌다. 실제 자연 생태계에서 개미가 차지하는 몫은 막대하다. '오카방고 흔들리는 생명'의 저자인 생물학자 닐스 엘드리지는 개미의 역할 중 하나로 섬유소 분해를 꼽고 만일 개미가 없어 나뭇가지 등 죽은 식물더미가 그대로 쌓이면 숲은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미가 공기 속 질소를 다른 생물들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추출하고 저장한다고 주장했다. 단백질과 DNA 제조에 필요한 질소화합물의 경우 콩과 식물에 기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만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왔는데 실은 개미를 통해서도 생성 가능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흰개미는 오카방고에 주변보다 높은 고지대를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생태계를 유지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삼각주인 만큼 평평하고 따라서 홍수가 나면 범람할 수밖에 없는 이 지역에 숲이 생긴 건 흰개미 덕택이란 얘기다. 흰개미가 만든 둑으로 인해 주변보다 높으면서도 수분 흡수가 가능한 곳이 생기면서 나무가 자라고 거기에 이파리와 씨앗,먼지,동물 배설물이 얹히면서 더 많은 나무가 생겨나게 돼 삼림이 유지됐다는 해석이다. 이번엔 아프리카 초원에서 개미가 코끼리를 퇴치,나무를 보호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대 토드 파머 교수의 조사 결과 개미가 사는 나무엔 코끼리가 덤비지 못하는데 이유인즉 개미가 코에 몰려드는 것을 싫어하는 탓 같다고 한다.

개미는 나무, 나무는 땅,땅은 다시 동식물을 지키고 덕분에 코끼리도 살아간다. 엘드리지는 생물의 상호작용은 '누가 누구를 먹는가'란 문제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다 네티즌들에 의해 무너지는 이들에게 개미와 코끼리 이야기가 어떤 생각을 갖게 할지 궁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