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진의 World Biz] '외국 브랜드 숭배' 벗어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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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식품과 공산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질량감독총국은 지난달 말 두 차례에 걸쳐 수입식품과 화장품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 300여개 품목이 폐기처분 등의 조치를 받았다.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심사한 결과를 토대로 발표된 리스트에는 미국의 식료품 제조회사 제너럴밀스를 비롯해 펩시코 월마트 막스앤드스펜서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올라 있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제과의 초콜릿,동서식품 맥심커피 등 모두 6개사 13개 제품이 불합격 처분을 받아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중국당국은 지난 4월 수입을 불허한 한국 제품들에 대해 원산지와 성분 표시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지목했지만 5월 불합격 처분을 내린 롯데제과의 초콜릿에 대해선 대장균이 기준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를 보도하는 중국 언론의 태도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미 의문시되고 있는 일부 수입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더 타격을 입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외제는 품질이 좋다는 통념 때문에 체면을 세워주는 선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의 스캔들은 이 같은 명성에 의문을 던진다는 게 글로벌타임스의 설명이다. 최근 미국에서 살모넬라균 오염이 의심되는 계란 5억5000만개가 리콜된 사실도 소개됐다. 천민 중국농업대 교수는 한발 더 나갔다. "어느 나라도 100%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맹목적으로 수입식품을 찾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
중국에서 외자숭배를 비판하는 최근 보도 경향과 맥을 같이한다. 환구시보는 최근 '서양 브랜드 중국에서 품질문제로 잇달아 좌절 직면'이라는 기사에서 "메이드인 차이나의 품질이 외국 브랜드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외국 브랜드를 숭배한다"고 지적했다. 탈(脫)외자숭배가 반(反)외자정서로 흐르고,이는 피해 외국기업을 만들어낸다. 하겐다스가 이달 초 공식성명을 내고 불합격처분을 받은 제너럴밀스의 케이크 가루를 사용했다는 중국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법률 수단을 통해서라도 권리를 찾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기류에 대해 "자국 브랜드 육성에 나선 중국이 외자 브랜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는 분석도 나온다. 보호주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유(乳)제품이 대표적이다. 멜라민 사건으로 중국 시장에서 외국산 점유율이 높아지자 외국산에 대한 불합격 처분이 급증한 것이다. 중국당국은 6월 뉴질랜드 미국 호주 프랑스 등에서 수입한 유제품 402t의 통관을 불허했다. 전년 동기의 10배 수준이다. 게다가 "외국기업이 중국소비자와 자국소비자에 2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환구시보)는 비난도 있다. 중국인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외국기업은 커지는 민족주의 열기와 맞물려 규제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중국 비즈니스에서 철저한 품질관리와 AS(사후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
오광진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제과의 초콜릿,동서식품 맥심커피 등 모두 6개사 13개 제품이 불합격 처분을 받아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중국당국은 지난 4월 수입을 불허한 한국 제품들에 대해 원산지와 성분 표시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지목했지만 5월 불합격 처분을 내린 롯데제과의 초콜릿에 대해선 대장균이 기준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를 보도하는 중국 언론의 태도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미 의문시되고 있는 일부 수입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더 타격을 입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외제는 품질이 좋다는 통념 때문에 체면을 세워주는 선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의 스캔들은 이 같은 명성에 의문을 던진다는 게 글로벌타임스의 설명이다. 최근 미국에서 살모넬라균 오염이 의심되는 계란 5억5000만개가 리콜된 사실도 소개됐다. 천민 중국농업대 교수는 한발 더 나갔다. "어느 나라도 100%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맹목적으로 수입식품을 찾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
중국에서 외자숭배를 비판하는 최근 보도 경향과 맥을 같이한다. 환구시보는 최근 '서양 브랜드 중국에서 품질문제로 잇달아 좌절 직면'이라는 기사에서 "메이드인 차이나의 품질이 외국 브랜드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외국 브랜드를 숭배한다"고 지적했다. 탈(脫)외자숭배가 반(反)외자정서로 흐르고,이는 피해 외국기업을 만들어낸다. 하겐다스가 이달 초 공식성명을 내고 불합격처분을 받은 제너럴밀스의 케이크 가루를 사용했다는 중국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법률 수단을 통해서라도 권리를 찾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기류에 대해 "자국 브랜드 육성에 나선 중국이 외자 브랜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는 분석도 나온다. 보호주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유(乳)제품이 대표적이다. 멜라민 사건으로 중국 시장에서 외국산 점유율이 높아지자 외국산에 대한 불합격 처분이 급증한 것이다. 중국당국은 6월 뉴질랜드 미국 호주 프랑스 등에서 수입한 유제품 402t의 통관을 불허했다. 전년 동기의 10배 수준이다. 게다가 "외국기업이 중국소비자와 자국소비자에 2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환구시보)는 비난도 있다. 중국인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외국기업은 커지는 민족주의 열기와 맞물려 규제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중국 비즈니스에서 철저한 품질관리와 AS(사후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
오광진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