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리더에게 듣는다] "변동성 확대…코스피 10~15% 조정 올 수 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운용 공동대표

내수소비·수출 점차 둔화 예상
외국인 공격적 매수 기대난
내년 1분기 말께부터 재상승
"코스피지수가 연중 고점에 있지만 현 지수대에서 10~15%의 조정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습니다.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상승세에 재진입해 3분기께 2200~2300까지 오를 겁니다. "

임태섭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공동대표(47 · 사진)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연말까지는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내수소비는 점차 둔화될 것이고 수출증가율도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으로 내다봤다. 임 대표는 1997년 메릴린치 서울지점 리서치 헤드를 거쳐 2001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리서치센터장,2004~2008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공동대표 등 주로 외국계 증권사에서 투자전략가로 이름을 날렸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으로 돌아오기 직전에는 헤지펀드 운용사인 소페아캐피털의 파트너 겸 펀드매니저로 근무했다.

임 대표는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끝나가고 있는 데다 2008~2009년 투자 지연으로 올 상반기 집중된 설비투자도 4분기에는 둔화될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 하락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경기도 성남시 분당아파트 가격이 고점 대비 20% 이상 빠지고 경기전망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소비가 증가하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미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한국의 수출증가율에 선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ISM 제조업지수의 추세를 볼 때 수출증가율도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소비와 수출이 꺾여 박스권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급상으로도 외국인과 주식형펀드의 자금흐름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경기 민감업종 중심의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내부적으로도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을 끌어들일 만한 촉매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다만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아시아퍼시픽 지역에서 크게 낮은 편이어서 조정폭은 10~15%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이 조기에 통화 완화나 경기부양 정책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선 이견을 제기했다. 그는 "미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 지지자도 있지만 반대론자도 만만찮아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역시 경기 과열이 진정됐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을 우려해 쉽게 긴축을 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미국의 더블딥(경기 일시회복 후 재침체)에 대해 "가능성 여부를 떠나 그 우려가 제기되는 것 자체가 시장에 부담을 준다"며 "투자자들의 위험회피도가 높아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가 내년 3월 말께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임 대표는 "미국 경기가 안정세를 보이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소위 이머징 증시의 디커플링(차별화)이 확연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증시에 대한 위험선호도(리스크프리미엄)를 과거 평균 정도로 가정할 때 기업의 예상 실적에 주가수익비율(PER) 11~12배를 적용하면 코스피지수는 2200~2300 정도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임 대표는 현 시점에서는 이머징마켓채권이나 글로벌하이일드,글로벌채권 등을 유망자산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국내와 브릭스 주식을 염두에 두고 연말에나 내년 상반기 투자기회를 모색할 것을 권했다. 내년 1분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달러화 약세를 겨냥해 원자재 투자도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상황을 감안해 이들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적절한 시기에 연이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서정환 사진=김영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