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AI 대유행 대비하라"

美 인플루엔자 전문가 경고
지난해 전 세계에서 1만86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신종플루에 뒤이어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독감 바이러스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목됐다.

6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세인트 주드 아동연구병원의 바이러스 · 분자생물학연구실장인 로버트 웹스터 박사는 "AI 바이러스는 아직까진 사람 간 전염성이 약해 지난 7년 동안 각국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300여명 정도지만 돌연변이를 거듭하면서 언제든 사람 간 직접 감염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5일 홍콩에서 열린 국제 인플루엔자 학회에서 경고했다. 웹스터 박사는 "AI를 일으키는 H5N1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최근 이집트를 중심으로 다시 급증하고 있다"며 "현재 모두가 인플루엔자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과정이 우리의 예상보다 항상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집트에선 지난해 초 이후 112명이 AI에 감염됐고,이 가운데 36명이 사망했다.

실비 브라이언드 세계보건기구(WHO) 인플루엔자 프로그램 수석책임자도 "AI 바이러스는 진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구체적인 돌연변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역추적하기도 매우 힘들다"며 "AI가 언제 어디서부터 새로운 '팬데믹(대유행 전염병)'으로 확대될진 그 누구도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WHO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억7000만달러를 회원국가들로부터 거둬들여 백신 구입에 사용하는 등 인플루엔자 예방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또 각국 보건당국은 이보다 몇 배나 많은 예산을 백신 구입에 썼으며,대부분의 백신은 유통기한이 지나 모두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이와 관련,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WHO가 신종플루의 위험성을 과대 포장하는 바람에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만 이익을 봤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