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800억유로 국채발행…잠잠하던 재정위기 또 '시험대'

발행규모 8월달의 2배 달해
스페인ㆍ포르투갈ㆍ아일랜드…자금조달 실패 우려 커져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국채 발행 물량을 늘리면서 유로존 변방국들이 제대로 자금조달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적자 위기에서 한숨 돌린 것으로 평가받던 유로존이 향후 국채 발행 성공 여부에 따라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서느냐,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느냐의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이 이달 중 발행할 국채가 총 800억유로 규모로 지난달(430억유로)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면서 경제력이 취약한 유로존 변방국들이 자금조달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유로존 국채 발행 빈익빈 부익부

투자은행 ING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핵심 국가들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월 170억~200억유로 수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을 계획 중이다.

스페인도 앞으로 매달 지난달(35억유로)의 두 배 수준인 70억유로어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채 발행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가뜩이나 금융 부문이 부실한 데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가시지 않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15억유로의 국채를 발행했던 아일랜드는 시장 상황을 감안,다음 달엔 발행 물량을 10억유로 수준으로 줄인 뒤 11월부터는 아예 국채를 발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포르투갈 역시 매달 15억유로가량의 국채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우량 채권인 독일 국채가 종전의 두 배가량이나 시장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계획대로 국채 판매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파드릭 가르비 ING 전략분석담당은 "유로존 각국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직면했다"며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국채를 과연 투자자들이 소화해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대다수 투자자들이 여름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이번 주를 중요한 시기로 꼽고 있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여름 휴가 기간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을 유보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이 그동안 매입했던 채권 등을 시장에 일시에 내놓을 경우 유럽 자금시장에 미치는 충격파가 작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최근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국채를 내다팔기 시작한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은행들 대출 확대 청신호로 보기도

반면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가 유로존 금융 지원으로 한숨 돌린 데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도 상반기에 어느 정도 자금을 확보,급한 불은 껐다는 것이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희망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은행들의 2분기 국제여신 거래 규모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처음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은행들의 국제여신은 1분기보다 2.1%(7000억달러) 늘어난 33조4000억달러에 달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은행들이 대출을 재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의 기준금리인 리보금리(은행 간 단기금리)도 빠르게 안정세를 찾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개월물 달러 리보가 지난 주말 연 0.2928%로 5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됐던 5월 0.5%를 넘어섰던 리보금리는 3개월 만에 2%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시중의 유동성 전망을 밝게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