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강점과 약점‥불황일수록 과감한 투자ㆍ포트폴리오 '강점'…이익 사이클 진폭은 줄여야
입력
수정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삼성전자의 가장 큰 장점은 메모리와 LCD 휴대폰 TV 등 다양한 제품라인을 고루 갖춘 종합전자 업체라는 점이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만큼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물론 업황 변화에 따른 변동성도 줄일 수 있다. 최근엔 미래 사업으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와 LED 태양광 등 다양한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성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기술력에 부품 수직계열화
선제적인 제품 출시 가능해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익 규모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표 IT업체들과 견줄 정도로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작년 매출은 136조원으로 미국 휴렛팩커드와 비슷한 수준이고,영업이익 16조7000억원은 애플,인텔과 비슷한 규모다.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도 11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부문의 이익 증가세를 배경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비약적인 실적 성장은 물론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인 덕분도 있지만,무엇보다 원가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꾸준히 단행한 결과다. 반도체 사업은 변동성이 심한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고 제품의 차별화도 어려운 범용 제품이어서 경쟁업체들보다 먼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2008년 금융위기로 전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를 줄일 때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 우위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원가 경쟁력과 앞선 기술력,다양한 제품라인을 무기로 D램 산업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투자 사이클은 경쟁업체들과 정반대의 방향성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경쟁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투자를 줄일 때 삼성전자는 오히려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 업황이 돌아섰을 때 시장을 장악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 금액이 바닥 수준이었던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전자가 전체 설비투자 금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40%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설비투자 금액이 반토막으로 줄어든 지난해 역시 삼성전자의 투자 비중은 약 45%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투자를 통해 확보한 경쟁력으로 현금창출능력이 커진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경쟁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동안에도 손쉽게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 이는 곧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지속적인 기술투자로 원가 경쟁력을 낮춘 것도 여유있는 투자가 가능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D램 제조 기술에 있어 경쟁사 대비 최소 3개월,최대 1년가량 앞서 있다. 기술력이 높다는 건 원가 경쟁력이 더 높다는 의미다.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원가보다도 못한 제품 가격으로 적자 구조를 벗어나고 있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삼성전자의 원가 경쟁력이 얼마나 큰 무기인지를 알 수 있다.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반도체만이 아니라 LCD와 휴대폰 TV 부문 역시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LED TV를 경쟁업체들보다 앞서 출시해 성공을 거둔 것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 개발력과 핵심 부품의 수직 계열화가 잘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LED TV의 핵심 부품인 LCD 패널과 LED칩 등을 삼성SDI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 그룹 내에서 대부분 조달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LED TV 출시가 늦어진 이유가 LED 부족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내부적으로 부품 공급채널이 확보돼 있는 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다.
◆불규칙한 이익 사이클이 단점과거에 비해 낮아지기는 했지만 경기 변화에 민감한 반도체와 LCD의 사업 비중이 높아 이익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의 영업이익률은 29%로 미국의 인텔이나 애플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전체의 지난 5년간 영업이익률은 9%로 인텔의 24%와 애플의 22%에 비해 크게 낮다.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반도체와 LCD에 집중돼 있는 탓에 업황 둔화에 따른 불규칙한 실적 부침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이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TV와 휴대폰,프린터 등 세트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AMOLED와 태양광 등 매출 다변화 노력도 지속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실적의 변동성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